“사람 몰리고 먼지도 많고…”…상당수가 대중교통수단 기피 역마다 소독등 방역 여념없어

2주째 계속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1000만 도시 서울의 출근길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8일 오전 7시30분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월요일 아침이라 평소 같으면 발디딜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뤄야 하지만 이날은 메르스 여파로 자가용을 통해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천방면 전동차를 타자 마스크를 쓴 승객 예닐곱명이 한눈에 들어왔다.

[르포]숨이 막혀도, 김이 서려도…지하철 마스크는 내려오지 않았다
시민들이 8일 마스크를 낀 상태로 지하철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시민들이 8일 마스크를 낀 상태로 지하철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반대방향인 소요산 방면 전동차는 도심을 가로질러 가는 노선이라 하행선보단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이 역시 보통 때에 비해선 사람 수가 한참 모잘랐다.

지하철역 승강장과 환승통로 곳곳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많았다. 시민들이 착용한 마스크는 ‘메르스 마스크’로 알려진 N95 마스크부터 파란색 의사 마스크, 일반 흰색·검은색 천 마스크까지 등 마스크가 어느새 패션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등포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김모(여·25) 씨는 “사람들이 몰리고 먼지가 많아 찝찝하다”며 “솔직히 사람 붐비는 지하철도 문제지만 직장이나 집에서 사람들과 가깝게 이야기하고 밥먹을 때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남들이 이렇게 조심하니 나도 덩달아 조심해야 할 것 같은 게 사실”고 토로했다.

용인 수지에서 서울역으로 출근한 정모(여·73) 씨는 “답답하지만 참아야지 어쩌겠느냐”며 “사는 지역이 용인이라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탈 수밖에 없는 불안감을 표현했다.

서울역에서 종각까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문모(42) 씨는 “남들은 사람 붐비는 지하철을 안 타고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지 몰라도, 그럴 형편이 안 되니까 최대한 마스크로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확진자의 대중교통 이용 정보를 공개해봤자 어차피 이미 같이 타고 난 후라면 소용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하철로 등교하는 학생들도 마스크를 썼다.

서울역 인근 고등학교를 다니는 최소영(18) 양은 “부모님이 마스크를 챙겨 줬다”며 “아침에 휴교한다는 문자를 기다렸는데 안 했다. 고3이라 수능을 앞두고 더 예민하다”고 걱정했다.

다른 지하철역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눈만 돌리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 환승구간 에스컬레이터에서 만난 역 직원은 “전직원 동원돼서 오전 7시반부터 소독 작업 하는 중”이라며 “출근시간 2시간 동안하고 퇴근시간에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에스컬레이터에 살균소독제를 뿌리며 손잡이 세척에 여념이 없었다.

이모(여·35)씨는 “불안해서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며 답답하지만 상황이 진정될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안양에서 공덕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마스크를 쓸 정도로 불안하지는 않다”며 “손을 잘 씻는 등 개인위생관리만 잘 하면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경원ㆍ배두헌ㆍ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