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따르면 현재 군 내엔 자살 시도 경력이 있거나 성격 결함으로 가혹 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높은 A·B급 관심병사는 2만8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예비군에 편입돼 동원훈련에 입소해도 관리규정 등이 없어서 돌발적인 행동에 속수무책이다. 2박3일 동원 훈련에 입소한 최씨는 배정받은 사로(射路)에서 실탄 10발이 든 탄창을 받은 직후 다른 예비군들을 향해 K2 소총을 난사했다. 예비군 사격 훈련 중 처음 있는 일이다. 현역병도 아닌 예비군이 벌인 난동이다.
군은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병사를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최씨는 현역 복무 때 ‘B급 관심병사’였다. 경기도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다 2013년 8월 전역한 최씨는 군 복무 시절 이미 우울증과 인터넷 중독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는 전역한 관심병사가 예비군 훈련장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총기와 실탄을 지급받으면서 일어났다. 군 입대 전에 이미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었거나 군 생활 적응에 실패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예비군에게 건강을 되찾기 전에 무기를 갖게 된다면 이같은 돌발적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최 씨에 대한 충격적인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최씨의 이웃들은 “최씨가 평소에 고함을 지르는 특이 행동을 자주 해 ‘이상한 사람’이란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이웃이었다는 김모(66)씨는 “키가 180cm 가까이 되는 최씨는 길거리에서 윗도리를 벗고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등 기이한 행동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오전 최씨를 봤다는 다른 이웃 주민은 “평소 소주병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고 11일에도 욕설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웃은 “최씨 고함으로 시달리던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걸어다니는 것만 봐도 정신이 아픈 사람이었다”면서 “얼마 전 공원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면서 화를 내더라. 그런 사고를 냈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뒤 육군이 언론에 공개한 원고지 4장 분량의 최씨 유서에서도 삶에 대한 무기력증과 함께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의(殺意)를 나타냈다. 최씨는 유서에서 “언제부터인가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내 머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깨어 있는 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자아감, 자존감, 나의 외적·내적인 것들 모두 싫고 낮은 느낌이 밀려온다”며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했다.
최씨는 이어 “나는 늙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나의 현재 진행형도 싫다”며 “그래서 (군 복무 시절) GOP(근무) 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쉽다. 후회된다”고 했다. 최씨는 그러면서 “내일 사격을 한다”며 “다 죽여버리고 자살하고 싶다”고 총기 난사를 예고했다.
최씨는 특히 “내가 죽으면 화장 말고 매장했으면 좋겠다. 인생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화상당했을 때와 화생방 (훈련을) 했을 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여 죽는 게 두렵다” “죽으면 화장하게 되는데 그 자체는 훼손 및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는 등 횡설수설했다. 그는 “모든 상황이 싫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유서를 끝맺었다.
군 관계자들은 현재 예비군을 관리하고 있는 직장내 예비군중대장, 지역별로 동사무소 단위로 있는 예비군중대장등이 평소 자신의 관할에 있는 예비군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이같은 사태의 재발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동향파악 등이 자칫 인권침해와 민간인 사찰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사격훈련의 경우, 사로에 총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없도록 고정하는 등 미온적인 대책이라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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