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많은 직장인들은 ‘공감 웃음’을 터트린 후 곧바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학생에게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앤 해서웨이 모습에 대한 로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멋진 뉴욕 거리에서 앤 해서웨이는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스타벅스 커피를 든 채 출근한다.
허둥지둥 뛰기도 하지만 그가 손에 든 커피는 세련된 옷에 어울리는 액세서리처럼 멋지게 보인다.
하지만 현실 속 직장인에게도 커피가 이와 같을까?
사진=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
2013년 한국인의 주당 소비 빈도가 가장 많은 음식은 커피로, 하루에 약 2잔 꼴을 마시는 것(12.2회)으로 조사됐다.
직장인들의 커피 빈도수는 더 높다.
‘아침 잠부터 깨고 보자’ 식의 한 잔, 점심 후 ‘병든 닭 예방’ 차원에서 한 잔, ‘할말 없을때 마셔야 하는’ 회의 때 한 잔, 야근할 때 ‘유일한 친구’인 커피 한잔, ‘고생하는데 내가 이것도 못사먹냐?’라는 보상심리의 한잔...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7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의 55.6%가 하루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커피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성인의 1일 카페인 권장량 400㎎을 초과하는 양이다.
직장인들의 ‘커피마시는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답변은 ‘습관이 돼서(25.7)’ 였다. 이어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18.3%), 잠을 깨기 위해(16.9%),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12.9%)등 일과 관련된 답변이 대부분이다.
사진= 123RF |
직장인들이 다른 음료보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이유는 맛에 플러스된 ‘각성효과’ 때문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을 차단해 일시적으로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며, 집중력과 민첩성을 높이는 각성효과가 있다.
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의 저자 일본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이러한 각성효과에 주목하며, 서양의 근대화에서 커피가 무섭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을 각성인식으로 분석했다.
근대화가 노동자에게 요구한 ‘잠에서 깨어 있는’ 느낌이 커피의 각성효과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늦은시간까지 노동해야 하는 현대인은 잠을 깨기 위해, 경쟁사회에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사이토 교수는 카페인의 각성의식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의 일 중독 성향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속성’의 커피를 판매한 스타벅스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깨어 있어야 산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직장인을 보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적정량을 넘어선 카페인은 위험하다. 이는 커피 효능에 대해 머리를 맞대며 싸우고 있는 커피 연구가들도 인정한 공통 결론이다.
실제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용감하게 커피를 무한정 마시며 잠을 쫓다가 커피 중독과 과로가 겹쳐 사망했다.
미국 정신질환협회의 진단 매뉴얼(DSM-Ⅳ)에 따르면 카페인에 중독될 시 흥분·안절부절·신경과민·불면·이뇨·위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의 일일섭취 권고량을 성인 400mg, 잔으로는 하루 2-3잔 정도로 보고 있다.
피곤함에 길들여진 직장인들은 각성효과에 기대서라도 업무성과를 내고 싶지만, 회사에서 커피는 하루 3잔 미만으로 마셔야 안전하다.
사무실 책상에 아직 치우지도 못한 커피가 널려있는 직장인들, 쉴틈없는 카페인 중독보다는 커피 한잔의 여유에서 창의력을 얻어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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