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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락한 정치…당청은 자중지란, 野는 '50%'올무에 걸렸다
[헤럴드경제=홍성원ㆍ김기훈ㆍ박수진 기자]공무원연금개혁안 대타협을 통해 ‘합의정치’로 비상하는 듯했던 여의도 정치가 나락으로 추락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50% 상향’ 문구가 발목을 잡았다. 여야는 이 문구를 국회 규칙에 넣을지, 규칙의 부칙에 포함할지 아니면 부칙의 첨부서류에 적시할지를 놓고 대립하다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는 무위로 끝났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요청으로 오는 11일부터 임시국회를 개의, 또 다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이번 사안으로 불거진 여당과 청와대의 불협화음, 여야간 냉각기류 등으로 인해 합의까진 험로가 점쳐진다.

▶여당 자중지란, ‘50%’ 둘러싼 당청간 진실게임까지=애초 여야 대표 등이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내고 대타협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판을 흔든 건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4일)가 계기라는 게 중론이다. ‘느닷없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국민부담을 가중한다’는 폭발력 있는 프레임을 짠 청와대로 인해 여야는 ‘50%’라는 숫자의 덫에 잡혀 ‘합의정치’를 뒤로하고 말바꾸기ㆍ네탓 공방만 펼쳤다.

문제가 된 ‘50% 상향’ 문구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가 파국의 표면적인 원인이다. 앞서 연금개혁 실무기구는 합의문에 ‘50% 상향’을 명시했지만, 여야 대표간 합의문엔 ‘실무기구 합의를 존중한다’고만 돼 있다. 이를 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합의문 변경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 김 대표의 ‘말바꾸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50%로 상향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크게 올라 ‘사실상의 증세’와 같다는 청와대ㆍ일부 연금 전문가들의 의견을 의식한 걸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당청간 충돌 양상도 빚어졌다. 김 대표는 전날 오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50% 상향’ 등과 관련,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공무원연금 협상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요구하는 야당 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청와대가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뒤늦게 월권이라고 지적한 걸 비판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무기구 합의안에 명목소득 인상율 50%가 명기됐다는 걸 사전에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청간 ‘50% 상향’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뤄질 소지가 다분한 대목이다.

아울러 ‘친박(親朴ㆍ친박근혜계)’ 의원 중심으로 이번 협상이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와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세(勢)싸움 본격화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한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지만, 더 큰 사안인 국민연금에 대해선 임기 내 처리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참석이 예정됐던 당내 모임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적이 없었다”고 밝혀 공무원연금법 처리 불발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다시 투쟁을 얘기하는 野=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 불발의 책임을 여당과 청와대에 돌리고 있다. ‘50% 상향’에 여당이 합의를 해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저 같은 사람도 이제 투쟁 외에는 방법이 없구나 싶다. 어떤 투쟁을 할 것인가만 남았다. 이제 물러설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도 ‘합의정치’의 묘수를 살리는 데엔 실패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날(6일) 오전까지만 해도 ‘50% 상향’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문재인 대표 등의 강경한 입장이 전해지면서 결국 파국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민부담 가중’이라는 이른바 ‘박근혜 프레임’에 맞설 전략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을 논의하면서 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이슈가 됐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데다 ‘50% 상향’에 필수적으로 뒤 따르는 보험료율 인상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논리에도 적절한 대응책을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졸속 연금개혁안이라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대(對)여 투쟁과 함께 공무원 노조의 얘기만 듣고 국민연금에 손대려 한 집단이라는 악화한 여론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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