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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저에 중국 수혜도 한풀 꺽일라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일본 엔화 약세가 주식시장에서 자동차와 IT 등 전통적으로 국내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뿐 아니라 생활용품, 여행 같은 업종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말 100엔 당 900원 아래로 떨어졌다. 7년 2개월여 만이다. NH투자증권이 블룸버그의 글로벌 투자은행 전망치 가운데 최악의 상황(원/엔 환율 2분기 100엔당 835원, 연말 785원)을 가정해 회귀분석을 통한 국내 증시 영향을 추정한 결과, MSCI한국 기준 EPS는 5.5% 줄어들어 코스피는 201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원/엔 환율이 785원까지 떨어진다면 코스피는 1910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부품, 화학 등 일반적으로 원/엔 환율이 하락할 경우 민감하게 반등하는 업종이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원/엔 환율이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하락할 경우 EPS가 13.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생활용품 업종 역시 과거 10년의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원/엔 환율 하락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점이다. 생활용품 업종은 EPS가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모멘텀을 바탕으로 상승가도를 달렸던 화장품 등이 중국 경기 침체라는 기존의 불안요인 외에 엔화 약세란 뜻밖의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LG생활건강, 호텔신라 등 중국 수혜주들은 지난달 말 엔화 약세와 함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엔저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대신 일본을 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신(新)엔저 피해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과거 2~3년 전만해도 일본의 역사왜곡과 영토분쟁 등으로 중국인들은 일본을 기피하는 수준을 넘어 혐오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 엔/위안 환율은 2012년말대비 약 38% 상승했지만 원/위안 환율은 같은 기간 1% 상승했을 뿐이다. 감정의 골을 차치하고 가격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일본의 매력이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관광객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9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증가율은 37.6%에 그쳤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013년 이후 꾸준히 일본을 찾는 중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중국 수혜를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사기 충분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득 수준 향상으로 관광수요가 점차 다변화 혹은 고급화될 수 밖에 없다”며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비해 상대적 열위에 놓일 수 있고 한국을 찾는 요우커의 특수도 약화되면서 내수부문 역시 적지 않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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