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탁스 미니 헬로키티 써보니…
상자를 받아드는 순간 엄청난 뽐뿌(구매 욕구를 충동질하는 상태)가 엄습해 왔습니다. 헬로키티의 핑크빛 파도에 깊숙이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이랄까요. 표현하기 힘든 매력에 상자를 개봉하기도 전에 반했다는 의미입니다. 헬로키티의 앞, 뒤, 옆모습이 그려진 패키지 디자인에서 게임 끝. 헬로키티 마니아라면 ‘필구(필수구매)’ 아이템입니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 제품을 본다면 감격의 폭풍눈물을 흘릴지도….
구성품은 어린이ㆍ어른이(?)용 장난감을 마주하는 듯 상쾌합니다. 헬로키티의 얼굴을 닮은 보디와 헬로키티 그림이 깜찍하게 인쇄된 어깨끈,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스티커, 알록달록하고 재미있는 필름까지 핑크빛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어깨끈을 장착하고 어깨에 걸치니 분위기가 오묘합니다. 아이가 아니라면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크기는 169x145x69㎜, 무게는 395g입니다. 실물을 손에 쥔다면 생각보다 크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핑크 어깨끈은 ‘유아용 가방’이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귀엽습니다. 다른 끈을 연결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죠. 즉석카메라라는 고유한 특징은 단순한 조작부와 필름 삽입구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해 렌즈 부의 노출만 조정하면 자동으로 플래시가 작동돼 촬영되는 방식입니다. 슈팅 시 피사체에서 충분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서 셔터를 누르면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피사체로 필름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스탁스엔 다양한 필름이 준비돼 있습니다. 사용자마다 연령대에 맞춰 취향대로 고를 수 있죠. 패키지에 포함된 헬로키티 필름부터 만화, 액자 등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피사체 또는 환경 등에 맞춰 다른 필름을 넣으면 실내장식 소품으로도 훌륭합니다. 인화된 필름들을 진열하고 그 옆에 인스탁스 미니 헬로키티를 두면 금상첨화겠죠. 개성 넘치는 상자의 활용은 덤입니다.
셔터를 누른 뒤 인화된 필름이 나오는 과정은 경험본 사용자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쾌감을 선사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 인화되는 매력도 인스탁스의 특징 중 하나죠. 특정 색이 강조되는 것뿐만 아니라 밝기, 대비 등 예측할 수 없는 즉흥성이 재미로 승화된다고 할까요? 단 조리개 수치와 셔터속도를 조절하는 일반적인 카메라 조작과는 달라 적응엔 다소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 미니 필름의 특성상 뷰파인더 방향이 세로가 기본이라, 몇 장의 필름은 버린다고 생각하고 피사체가 찍히는 위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들을 겨냥한 제품답게 셀피에 특화된 점도 눈에 띕니다. 카메라의 전면부, 즉 헬로키티의 코에 해당하는 부분엔 셀카를 위한 거울이 장착돼 있습니다. 뷰파인더를 보지 않아도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맞추면 되기 때문에 셀카에 대한 어려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노출을 하이키(Hi-Key)에 두고 셀카를 찍으면 적정 밝기보다 한 단계 더 높아진 수치로, 이른바 ‘뽀샤시’ 연출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한 장의 사진이라는 즉석 필름의 매력은 ‘시간’이라는 무형적 가치가 더해지면서 존재감이 더 커집니다. 실온에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변하는 필름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자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는 셈이죠. 공간과 시간, 기억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필름에 투영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필름 기술력의 발전으로 직사광선만 피한다면 색이 바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스탁스미니 헬로키티는 13만 원, 다양한 미니 필름은 각각 1만2500원입니다. 오픈마켓에서 최저가 검색을 활용하면 더 싼 가격으로 만날 수 있겠죠. 핑크의 무한매력이 어울리는 딸이 있다면 어린이날 선물로도 손색없습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