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미국과 일본은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어 새로운 방위협력지침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체결을 통해 양국의 안보·경제협력을 격상하고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처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로 했다.
양국은 특히 아시아 역내에서 중국의 패권확장 기도를 견제하려는 듯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한편 동맹의 격상을 통해 일본이 군사적 행동을 확대하고 재무장을 강화하는 길을 텄다.
그러나 이러한 양국 정상의 합의는 아베 신조 총리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지배와 위안부 등 전시인권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하지 않고, 평화헌법을 교묘히 무력화하는 등 역사 퇴행적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한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총리가 미국을 공식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 것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일본은 70년간 세계평화와 안전, 번영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온 파트너십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의 파트너십은 화해의 힘이 보여줄 수 있는 표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의 적이었던 두 나라가 견고한 동맹이 되고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공통의 이해와 보편적 가치를 진전시키는 데 협력하고 있다”며 “두 나라는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의 코너스톤이자 지역협력의 기반인 ‘흔들리지 않는 동맹’의 지지 속에서 상호호혜적인 경제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선진경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오늘 회담은 미·일 파트너십을 전환해나가는 역사적인 걸음을 상징한다”며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일본의 ‘적극적 평화 기여’ 정책을 통해 우리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롭고 번영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현재 협상 중인 TPP를 거론하며 “우리는 가장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TPP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높이며 장기적 전략목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양국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추동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의 양자협상에서 만들어진 중요한 진전을 환영하며 조속하고 성공적으로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력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과 관련해서는 “동맹을 변화시키고 억지력을 강화하며 장기적인 안보과제 해결을 보장할 것”이라며 “특히 동맹 안에서 각각의 역할과 임무를 격상하고 일본이 지역과 국제안보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 가도록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명은 “미국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주일미군의 주둔에 근거해 미·일 안보조약 하의 모든 약속을 이행하는 데 있어 결연하고 확고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21세기 두 나라의 안전과 번영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고 분리될 수 없으며 국경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글로벌 과제로 기후변화와 환경악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빈곤 근절, 인간안보 증진, 극단적 폭력주의 대처, 비확산체제의 강화, 전염병 퇴치, 국제보건, 우주탐사, 사이버 공간의 이용, 재난 대처, 인도주의적 지원, 여권 신장, 유엔 평화유지활동 강화 등을 거론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주권과 영토통합에 대한 존중 ▲강압 없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약속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지지 ▲시장경제, 자유무역, 투명한 기준과 감독 등을 통한 경제적 번영의 확대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를 포함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행동기준 준수 등을 글로벌 협력의 원칙을 제시했다.
두 정상은 특히 “힘이나 강압에 의해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함으로써 주권과 영토적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을 저해하는 국가의 행동들은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히고 “이 같은 위협들은 우리가 구축해온 많은 것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특히 “해양안보를 포함한 이슈들에 대해 보다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명은 “미국은 안보리 개혁을 통해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2011년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 공동선언을 통해 처음 제시된 바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아베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미·일동맹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강력한 미·일동맹이 도발로 비쳐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미·일의 파트너십은 단지 양국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지역의 나머지 지역과 전세계에도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환영하지만 해양영유권 분쟁으로 인해 역내에 실질적 긴장이 조성돼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