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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김한민 감독 "'명량' 훈기 잇는 징검다리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176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고 박스오피스를 기록을 무섭게 갈아치운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로 명량해전이 있기 전 16일 간의 행적을 오타니 료헤이, 이해영, 장준녕과 걸었다.



다음 복귀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있는 시점에서 김한민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선택했다. '명량'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을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정했지만 촬영 전까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직접 이순신 장군이 말을 타고 지났던 길을 걸어보니 오히려 점점 더 결정에 대한 확신히 생겼단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우리가 가슴 속 깊이 몇 번이고 새겨도 모자람이 없다는 김한민 감독. 그런 마음으로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를 품고 시작했다.

"명량해전의 다층적인 시각을 다큐멘터리로 담고 싶었어요. 영화 '명량'은 미시적인 전투의 승리에 집중한 영화이고, 이건 거시적으로 '명량'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담았죠. 감독이 직접 출연해서 진실된 느낌으로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는데 이 욕구에 맞는 포맷이 다큐인 것 같았죠."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니 재밌더라고요. 하하. 다큐 3부작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2부는 일본가서 찍고 3부는 만주가서 찍는걸로요. 임진왜란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내란을 겪고, 패배한 세력이 큐슈로 유배를 갔고, 그들이 어떻게 와신상담해서 메이지유신까지 갔는가를 2부로, 청나라가 어떻게 명나라를 쓰러뜨렸는가를 3부로요.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요."

오타니 료헤이, 이해영, 장준녕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뒷받침 해주던 장군들과 함께 걸었다. 이 배우들의 조합도 김한민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대장선의 세 장군 준사, 송희립, 나대용의 역을 맡았던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료헤이, 이해영, 장준녕과 함께 작업하게 됐죠. 촬영 하루 전에 감독으로서 '괜히 시작했나'란 걱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걷고 나니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명량'으로 뜨거움이 일었지만, 그거 또 지나가니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슈가 묻히는 느낌이었어요. 다큐를 통해서 그런 열기까진 아니더라도 훈기가 유지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김한민 감독은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명량'의 흥행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영화 감독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기록적인 스코어를 만든 이의, 아이러니한 발언이었다. 그의 속내를 더욱 자세히 들어봤다.

"한 없이 우주를 향해 나아가면 사람이 죽지않습니까? 너무 잘 되는 것도 두려울 수가 있더라고요. '명량'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요. '명량'의 흥행은 국민들이 우리 역사에 갖는 해안적 한을 풀고 자긍심을 드높이는데 있어서 열망이 녹아져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한산대첩과 노량대첩도 늦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상업영화를 연출해오다 다큐멘터리를 내놓기로 한 김한민 감독은, 기존의 다큐멘터리와는 조금 다른 방향을 모색했다.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되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었다. '최종병기 활', '명량' 대중성을 확보해온 흥행 감독의 시각이 탁월하게 접목됐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어쨌든 지루하게 가서는 안되잖아요. 다큐영화라고 하면 흔히 지루하고 늘어질 것 같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요. 또 굉장한 의미를 강요하듯 보여지고요. 그런 다큐멘터리보다는 재미있게 구성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울림, 재미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촬영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임진왜란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는다. 과거를 모르는 일본인들에게 무턱대고 '반성해라', '사과해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전쟁에 대해 잘 몰랐던 오타니 료헤이와 함께하며 그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던 김한민 감독은 그들에게도 과거를 가르쳐 스스로 자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면 놀라고 눈물도 흘리더라고요. 일본은 그런 역사를 가르치지 않아요. 정유재란에 깊게 배우지도 못하고요. 그러면서도 근대사회는 자부심을 가지고 가르치죠. 이런 부분들을 알려줘야해요. 모르면 계기를 마련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런게 정말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은 '명량'이 북한에서도 상영 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명량'이 북한에서 개봉 못할 이유가 없어요. 청와대에 건의를 했는데 아직 답은 없네요. '명량'이 북한에서 개봉한다면 정말 벅찰 것 같네요. 남북이 너무 다른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민족의 동질성, 같음에 대해서도 집중시켰으면 좋겠어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씻김굿을 하면서 바다 안에서 잠든 영혼을 위로한다. 스크린 속 김한민 감독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다 품은 후라,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을 터, 김한민 감독은 다시 한 번 조상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장면을 천도제로 가져가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했어요. 지자체와 협조해서 천도제를 지내는게 영화의 주제, 의도와도 맞고요. 걸으면서 그 생각은 더 강력해졌어요. 편집하면서도 산자로서 기억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어요. 역사는 기억하는 자들의 몫이니까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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