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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박영훈]국내 증권사도 과감히 매도 의견 내야
최근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글로벌증권은 제일모직의 주가 수준이 과열돼 있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대한 매도 보고서는 극히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씨티증권은 제일모직의 기업공개(IPO) 공동주관사였다. 그야말로 ‘무조건 사라’는 국내 증권사와 대비된다.

요즘 주식시장이 뜨겁다.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따뜻한 봄날을 맞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혹독한 시련기를 겪었다. 증권사마다 위기를 돌파의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고객중심경영’이다. 침체된 증권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고객 신뢰회복’을 꼽았다. 증권사에 대한 고객의 불신이 그만큼 깊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좋은 주식을 추천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고 수수료를 제대로 받기 보다는 수수료를 깎아주면서 고객 모으기 경쟁만 벌였다. 그러다보니 수익이 난리 만무했고, 증권사가 사라고 추천한 종목 가운데, 주가와 실적이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사례도 많았다.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매수’ 의견 일색의 기업 분석 보고서(리포트)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매수 추천’으로 일관하는 증권사 관행은 여전하다.

특히 증시 활황세와 맞물려 여의도 증권가에는 장밋빛 매수 보고서가 넘쳐난다.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매수의견에만 치중하면,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만의 탓으로 돌릴수도 없다. 매도 의견을 발표하면 해당 회사가 증권사의 기업탐방을 거절하고 회사채 인수업무를 맡기지 않는 방식으로 위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매도 대상 종목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나 펀드매니저들 역시 거래 단절과 항의 등으로 증권사를 압박한다. 이같은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보고서의 객관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코스피 지수가 상승랠리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인 2228.96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증시로 쏠리고 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했다. 2009년 이후 최고치다.

1조원이 넘는 개미(개인투자자)의 ‘쌈지돈’도 코스닥 시장에 몰렸다. 초저금리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소액 투자자들까지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신뢰 회복만이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와 안정적인 투자로 연결돼 시장 파이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말뿐인 ‘고객중심경영’이 아닌, 실제 투자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투자기관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투자자를 꾸준히 증시로 불러 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증권사들도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내야 한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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