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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1주기 지났지만…’ 우리가 결코 놓지 말아야할 것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16일 서울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5만명(경찰 추산 9000명)의 시민들은 오후 9시부터 세종대로를 메운 채 행진을 벌이며 밤늦게까지 서울시내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조용히 추모만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삭발까지 하고 거리에 나와있는 상주(喪主)들 보기가 미안해서였을까.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나갔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1주기를 앞둔 지난 주말 팽목항 분향소에서 만난 김진철씨(단원고2학년 故김소연 양 아버지)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돈이 부족해서 돈 더 받으려고 데모하는 줄 안다. 정말 기가 막힌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태 해결 없이 1년이 흘렀는데 1주기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혈혈단신 홀로 키워온 딸을 잃은 스트레스로 앞니 두개가 빠졌다.

유가족들에게는 4월 16일도 17일도 18일도 오로지 진상규명을 외치는 전쟁같은 나날일 뿐이다. 어렵게 꾸려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해수부 시행령에 막혀 아직 정식 출범조차 못했다. 문제의 시행령은 조사를 받을 대상인 해수부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특조위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관심의 끈을 놓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 반복될 것이다.

혹자는 “뭘 더이상 규명하느냐”고 말한다. 특별조사위원회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수사와 재판은 범죄자 처벌을 위해 책임자를 가려내는 것이고, 진상규명은 사고를 전후한 2시간 동안 정확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소위원장은 “배가 왜 넘어갔고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를 국민이 이해하고 납득하도록 조사하는 것이 특조위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의 불신을 덜어내고 갈등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작업이다.

사고 원인과 구조 실패의 원인을 비(非)정부기관이 면밀히 따져봐야 이같은 후진국형 참사의 재발을 막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

사고 관련자들의 상처를 보듬는 일도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자와 유가족들, 사고 당시 구조에 나섰던 어민, 목숨을 걸고 시신을 인양했던 잠수사 등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희생정신을 발휘한 세월호 의인들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도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이 과정이 때로는 불편하고 또 피로할수 있다. 하지만 한 사회의 진보(進步)는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잊어서는 안된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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