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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할 수 없는 드로잉, 실체가 된 무아지경의 기화
금경 화가는 ‘기화’라는 작품의 본질이자 선구자로 인식되어 있는 예술가다. 기의 형상화인 기화는 금 화가가 박사논문에서 밝혔듯이 ‘추상적인 예술로서 인간내면의 감정본질을 표출하고, 우주만물에 들어있는 정신으로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하나가 되게 연계시켜 준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신, 지역적인 특성, 환경적인 요인 등이 포함된 강함과 순수함을 그려낸 그림, 또한 솔직하게 스스로를 끌어내어 그리는 그림, 그래서 혼이 담긴 그림이 모두 기화이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대변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국 전통 회화의 성향을 내재한 기화를 발전시킨 금 화가는 소위 추상 및 표현주의적인 작품에 동양적인 혼이 깃든 작품을 만든다. 

언뜻 보면 드리핑 기법과 액션 페인팅 계열로 이름난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 작가인 잭슨 폴록을 연상케도 하는데, 폴록에게서도 오히려 동양적인 정서를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이러한 기법에는 비 서양적 요소가 많다. 서양의 미술 기법은 관찰에서 나오지만, 동양화에는 에너지와 생명력, 꿈틀거리는 움직임의 기운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극도로 절제된 붓질의 결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의 찰나가 영속적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그래서 금 화가는 작업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사욕을 버려야 한다. 형태 없는 기의 흐름을 유형의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예쁘게 그려야 한다는 사욕을 담으면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정신을 정화하는 작업 후에 작품에 임한다”고 한다. 

금 화가가 기를 형상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원래는 인체를 그렸던 금 화가는 인체를 연구하여, 그 형태를 표현하다가 형태를 벗어난 심리를 보았고, 이윽고 형태를 부수었을 때의 정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회화의 폭을 넓히기 위한 해체작업이, 처음에는 인체와 생명에서 시작되었다가 차츰 생명이 없는 것에 포함된 기와 정신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 화가는 기화라는 화풍의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갔다. 

“처음에는 일필로, 한 호흡에 그림을 그려냈다. 지금은 물감을 뿌리고 들이붓는 작업도 한다. 이것도 한 호흡으로 그려내며, 빠른 운필로 진행하고 나서는 마무리나 다듬기도 거부한다” 그래서인지 작품들은 한결같이 형상을 이탈해가며, 정형화된 조형의식을 탈피한다. 물감을 부을 때도 선과 면을 채우는 느낌이 아니라, 그 당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따라 붓고, 그러다 보면 그 감정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기화’의 창조자답게 한국의 얼이 담긴 작품은 모두 기화에 속한다고 정의하는 금 화가는 이러한 기화를 순수회화의 일종인 기화로 여긴다. 한국적인 속성이기에, 사물에서도 느껴지는 희로애락 역시 화폭 안에서는 기의 움직임을 표현하며 담겨 있다. “나는 한국인이기에 동양의 정신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의 방식 중 캔버스에 그리는 기술은 서양적이다. 그렇게 21세기 서양의 재료로써 동양의 정신 표현을 하고 있다”. 

금 화가는 검정 바탕을 선호한다. 검은 바탕은 인류의 근원인 어머니의 자궁 안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태동-feeling> 시리즈는 검은 공간에서 조화를 통해, 생명이 자라는 것을 표현한다. 흰색과 회색 물감의 그라데이션과 불규칙적인 웨이브를 뿌리는 행위에서 나오는 글라이드와 드리핑으로 나타낸 것이다. 금 화가는 “이러한 작품들을 보면서, 존귀함과 생명의 위대함, 생명에 대한 생기를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감상 포인트를 전달했다. 

금 화가는 지난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각각 4m에서 7m가 넘는 <기氣> 시리즈를 출품한 적이 있는데, 추상성을 넘어 크기에서 나오는 조형성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것은 소위 금 화가가 추구하는 Free Painting의 한 예로 설명할 수 있다. 역동적인 회화가 기를 타고 붓 끝에 전달되어 화가의 기는 색채를 담고 캔버스에 안착하는 것이다. 순간의 기와 정신, 감수성을 담은 채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최근, 금 화가는 전시를 목표로 또 다른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기화를 더욱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업과 전시 활동에 천착하고 싶다는 금 화가의 예술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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