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박용근]중국을 보라
최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서 ‘네이처 인덱스’라고 하는 새로운 지표를 발표했다. 수준이 높은 상위 우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분석해서 전 세계 국가와 연구기관별로 정량화한 수치다. 한 국가 또는 연구기관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높은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는가 나타내는 척도다. 이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구 역량은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에 이어 9위다.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연구기관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세계 50위권 내에는 국내 연구기관이 전무하다. 서울대가 57위, KAIST(카이스트ㆍ한국과학기술원)가 85위다. 국가별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과학이 선도형 연구(first mover)가 아닌 추격형 연구(fast follower)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주로 외국에서 다른 연구자가 하는 내용을 따라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야 연구기관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국내 상황을 상기하면 우리는 단기간에 높은 성장을 이룩했다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연구에 몰입한 과학자들과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고 정체돼 있다. 반면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하고 성장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번 ‘네이처 인덱스’ 결과는 중국 과학기술이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국가 연구 순위는 미국에 이은 2위이고, 연구기관별 실적에서는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이 미국 하버드대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한 국가의 과학 수준은 보통 10년 뒤 산업계 발달을 좌우하고, 20년 뒤 국가 소득에 영향을 준다. 1980년대 KAIST를 비롯한 국내 이공계 대학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 연구 인력을 배출해 냈고, 이들이 현재 전자, 기계, 조선, 화학공학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히 R&D(연구ㆍ개발) 예산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정부의 R&D예산은 19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5%에 달한다.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총 연구 예산은 중국의 20% 수준이다. 해마다 관련 예산을 23%씩 늘리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 증액률은 5%에 머무르고 있고,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R&D 자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파악, 개선하는 것이다. 19조원에 달하는 정부 R&D 예산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엄정하게 평가해 조정해야 한다.

R&D 비용 대비 창의적이고 뛰어난 연구 성과를 거둔 ‘혁신 연구 기관’에 대한 집중 투자와 단기 성과가 없더라도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풀뿌리 연구 지원 사업’을 모두 강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비의 효율적 분배와 평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외국에서 이미 유행한 연구 내용을 따라 해서 실패할 위험 없이 단지 많은 숫자의 논문을 낼 수 있는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시작해서 성공 시 사회ㆍ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HRHR(High Risk, High Returnㆍ고위험 고수익) 성격의 연구에 투자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험생의 ‘수학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얼마나 하지 않는가’를 평가한다. 미래의 우리나라는 실패를 두려워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과학자가 이끌 수 없다. 몇 번 실패를 하더라도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도전을 계속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지금 중국의 과학 기술 도시 선전(深)은 전 세계의 창의적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20ㆍ30대 CEO(최고경영자)들이 날마다 혁신적인 제품을 쏟아 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혁신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는 국가 연구ㆍ교육기관이 있다. 우리 연구기관도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