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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베이비부머’ 두번 울리는 농장 투자 사기 기승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운수업을 하던 신모(51) 씨는 지난 해 5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천모(51) 씨로부터 “캄보디아 카사바(고구마 유사작물로 건강식품으로 각광) 재배수출 사업체를 설립했다”며 투자 제안을 받았다. 신씨는 카사바에 대해 이전에는 일절 들은 바가 없었지만 “현지에서는 카사바가 싸지만 국내에서는 운송비 때문에 비싸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카사바 농장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천씨가 “5000만 원을 투자하면 지분의 50%를 주고 임원으로 임명해주겠다”며 현지 시찰을 시켜주자, 사업으로 번 자금 5000만 원을 카사바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노후자금을 마련하겠다던 신씨의 꿈은 천씨가 잠적하면서 사라졌다. 하루라도 빨리 카사바 사업에 뛰어들고 싶었던 신씨는 돈을 송금하자마자 계약서를 요구했으나 천씨는 “계약서가 한국에 있다”는 말만 남긴 채 잠적했다. 


최근 이처럼 50대~60대 베이비부머 세대를 노린 ‘농장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생소한 동남아 지역의 농장 작물을 내세우며 피해자들로부터 대규모의 돈을 뜯어내고 있다. 은퇴 연령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큰 돈을 투자했다 낭패를 당하는 일이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4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카사바 재배 수출업을 하다 수익성이 희박해지자 자신의 재산과 회사 실정을 과장해2명의 투자자로부터 1억5000만 원 가량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천모(51)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최모(45) 씨를 통해 신뢰를 쌓고 투자자를 모집한 후 현지시찰을 시켜주는 등의 방식으로 돈을 뜯어냈다.

지난 2013년 3월에는 최씨를 통해 여수에서 사업을 하는 이모(68) 씨를 소개받은 후 “일본에 있는 10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매각해 카사바 농장에 투자할 계획이니 1억 원을 빌려달라”고 제안했다. 천씨는 당시 이씨에게 “만약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카사바 농장에 대한 투자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천씨는 돈을 갚지 않았고 최씨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캄보디아에서 유명한 카사바 농장 사기꾼으로 현재 수배 중이다.

경찰은 “카사바라는 생소한 아이템을 내세워 쉽게 검증하기 어려운 해외투자의 특성을 악용해 범죄를 벌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남아 지역의 농장에 투자하라”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돈을 편취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피의자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되는 식물로 원유를 대체할 수 있으니 대체연료 사업에 투자하라’ ‘캄보디아의 카사바 농장을 분양받아 소유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투자하라’는 말로 50대~60대를 현혹한다. 하지만 대개 투자를 빌미로 한 사기인 경우가 많아 은퇴를 앞두고 노후를 고민하는 베이비부머세대가 평생 모은 돈이나 사업자금 등을 섣불리 내줬다가 큰 낭패를 당하기 쉽다.

때문에 수사기관과 전문가들은 해당 업체의 경영 실태 및 투자 전망 등을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채권추심전문가인 한주원 법무법인 아신 실장은 “동남아 지역의 농장투자 사기는 대부분 자금을 끌어모아 분양을 해주는 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뜯어내며 현장실사나 무료관광 등으로 신뢰를 형성한다”며 “보증보험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전문가와 상의를 진행해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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