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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신보라, 그녀가 노래를 하게 된 이유
"신인 때 가수는 꿈도 못 꿨었는데..."

하지만 이젠 '가수'가 되어 새 음반을 소개하고, 목표와 바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미디언 신보라가 '웃음' 대신 '목소리'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무대 위에 오른다.


"음악과 개그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 개그'를 하면서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용기를 얻은 건 사실이에요. 아마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대중가요를 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신인 때 인터뷰에서는 '가수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오히려 그땐 개그적인 부분을 인정받고 싶었던 갈망이 컸죠. 조금은 인정을 받게 되니까, 음악에도 눈을 돌려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였던 '용감한 녀석들'이 신보라에게 큰 힘이 됐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당시 응원을 해준 시청자들이 지금 '가수 신보라'를 낳은 셈이다.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대중적인 음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대중들이 내 목소리를 좋아해 주신다는 걸 알았고, 그분들에게 용기를 얻어서 꿈이 생겼죠. 개그도 무대 위에서 웃음을 전달하는 일이지만, 가수 역시 목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로 감정을 전달하는 건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죠. 더욱이 여러 가지 환경이 받쳐줘서 이룰 수 있었습니다."


◆ 가수가 되다!

"공개 코미디만이 주는 짜릿함이 있어요. 어느 때보다 행복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기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됐어요. 짜릿함과 행복감을 오롯이 누리지 못하고 영혼이 없다고 느껴졌을 때,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5년 동안 쏟아내기만 했구나, 너무 쏟아만 내다보니까 잠깐 쉬며 채워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많은 분들과 상의를 해서 잠시 쉬게 됐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쉼표는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물론 그는 타고난 가창력으로 다수의 OST에 참여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디지털 싱글을 내놓기도 했다.

"2013년, '꽁꽁'이란 곡을 내놓긴 했지만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음원, 목소리로만 들려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활동 계획 없이 낸 음반이었죠. 이번엔 집중해서 작업한 곡이었고 여건 역시 허락됐기 때문에 '개그콘서트'를 잠시 쉬면서 여러 곡을 녹음했어요. 그러던 중 매력적인 곡을 만났고, 두 번째 도전을 할 수 있게 됐죠."

한순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계속 좋은 곡을 들려주시고, 녹음을 하면서 작업했는데 '개그콘서트'를 하면서는 그곳에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기 때문에 벅찬 부분도 있었어요. 시기를 정해놓지 않고 '좋은 곡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곡 작업을 했죠. 이번 음반은 지난해 겨울부터 준비한 거예요."

신보라는 그렇게 '미스 매치'를 완성했다. 랍티미스트가 작곡, 케미스트릿의 멤버 Teth와 래퍼 바스코(Vsaco)가 작사를 맡았다. 마이너 탱고 코드 진행에 스트링과 힙합 리듬을 접목한 독특한 느낌의 힙합곡이다. 코미디언으로서의 신보라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카리스마의 고혹적인 매력까지 느껴진다.

"배치기의 '눈물 샤워'를 작곡한 랍티(랍티미스트) 오빠와 좋은 곡이 있으면 작업하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여러 곡을 들려줬어요. 완곡을 들려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후렴구와 주가 되는 악기 소스만 들려주고 그 상태에서 같이 작업을 해나가죠. '미스 매치'도 후렴만 들었는데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그 느낌이 좋아서 작업해보고 싶었죠. 녹음하고 구성도 같이 짜고, 랍티 오빠가 무엇 하나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않고 제 의견을 물어본 뒤 편곡하고, 랩을 얹었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완성했고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 음악이 주는 즐거움

"그동안은 있는 곡을 듣고 부르고 녹음하는 것까지만 했어요. 나머지 편곡, 믹스 등은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죠.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곡이 나왔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어요. 후렴구를 채워나가는 것부터 구성을 바꿔보고 악기 하나, 비트를 빼고 넣는 것, 편곡할 때 다양한 소스를 찾는 등 신경을 써서 하다 보니까 쉽지 않았죠. 한 곡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많은 작업들이 있구나라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죠. 음악을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을 배웠고 더불어 프로듀서, 작곡가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됐죠."

음악이 더 좋아졌다. 작은 변화로 전혀 다른 느낌을 내는 음악 작업은 신보라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목소리를 얹는 작업에서 악기 등의 구성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완성되지 않을 것만 같은 음반을 받아든 그는 '많은 분들에게 매력적인 곡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물론 수치적으로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죠. 또 길거리에게 이 노래가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연연하는 건 아니다. 이번 곡을 내놓기까지의 과정만으로 신보라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다.

"제가 하고 싶은 곡이 대중들도 좋아하는 곡이라면 가장 행복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가수 신보라를 쉽게 받아들이고, 목소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면 노래하는 신보라가 낯선 분들도 분명 계실 거예요. 모든 이들이 저를 좋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활동이 편견을 희석시키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요.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저의 숙제인 것도 같습니다. 웃기는 신보라도, 노래하는 신보라도 모두 저이거든요. 어디에 있어도 어설프지 않게 프로답게 열심히 하는 것이 방송을 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요."


◆ 코미디언 VS 가수

"물론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뭐가 진짜 나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활기차고 밝은 사람이지만, 이 직업을 갖게 되면서 '개그맨'으로서 대중의 기대 속에 '더 밝은 척을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 '뭐가 나지?'라는 고민이 들죠.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저예요. 진지한 것도 좋아하고, 차분한 성격도 있고요. 그런데 또 멍석이 깔리면 까불고,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기죠. 다중인격인가요?(웃음)"

내려놓으면 편하다는 걸 알게 된 데뷔 6년 차 코미디언. 그리고 이젠 '가수'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수많은 활동을 통해 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됐죠. 스스로도 알지 못 했던. 음원을 내는 것도 그렇고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서 사랑을 많이 받았죠. 제가 몰랐던 저의 모습을 만나고, 사실은 그 모습들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개그와 노래,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해본 것보다 못해본 것이 더 많다.

"음악은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이에요. 또 하나, 라디오 DJ에 도전하고 싶어요. 예전에 일일 DJ를 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죠"

'개그콘서트'에서는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해내며 망가짐도 불사한다. 기괴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관객들을 웃게 한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진한 화장으로 고혹적인 눈빛을 보내며 특유의 음색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신보라에겐 '팔색조'라는 수식어가 딱 맞아 떨어진다.

"수많은 선배님들의 좋은 점을 하나씩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저도 환갑 정도가 되면 후배들에게 '신보라 선배의 어떤 점을 닮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네요(웃음)"

'미스매치'는 가수 신보라의 시작이다.

"이번 활동으로 얻고 싶은 건 신보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미스 매치'가 자주 듣게 되는 좋은 노래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노래하는 제가 낯선 분들의 인식도 조금 바꿀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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