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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강제규 감독 "흥행 부담 있었다면 '장수상회' 연출 못했을 것"
블록버스터의 거장 강제규 감독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 웨이' 등 거대한 스케일과 촘촘한 연출로 많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그는 한국 영화산업 성장의 선두에 있었다. 그런 그가 오랜 공백기를 깨고 노년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담은 휴먼드라마 '장수상회'로 돌아왔다.

'장수상회'는 버럭, 까칠함으로 무장한 70세 연애 초보 성칠이 꽃집 여인 금님과 설레는 만남을 이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문가영, EXO 찬열, 정해인, 이문정 등이 출연한다.



지금까지 액션신은 물론, 큰 규모의 영화로 관객들 앞에 나섰던 그였기에 따뜻한 감동의 휴먼드라마 장르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까지 강 감독의 작품에도 가족, 남녀, 형제 간의 사랑이 주는 감동이 담겨져 있지만 이토록 정조준 것은 처음이 아닐까.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하니 느낍니다. 그래도 사람이 달라져봤자 얼마나 달라지겠나 싶어요. 그 동안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보여줬던 영화들이 아무래도 특정장르의 영화가 많다보니 선입견들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줄곧 가져왔습니다."

누군가는 그랬다. 한국 영화 역사는 '쉬리' 이후와 이전과 나뉜다고. 이후에도 강 감독은 그런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며 블록버스터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큰 기대감이 강제규 감독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은행나무 침대', '쉬리'가 나온 시점에 한국영화의 성장의 지점과 맞닿아있어요. 항상 성장해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부담과 사명감도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특정 장르에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구몰르 키우고 시장을 확대하고 관객의 흐름을 주도해야한다는 생각들이 컸죠."

"한국영화 틀 안에서도 역할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순수하게 강제규 개인 스스로를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는 문제들보다는 외피들이 무겁게 다가왔죠. 그러면서 제 자신이 이 시점에 조금 더 솔직하게 내 개인에게 충실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갈망이 들었고, 온전히 따라가야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강제규 감독은 왜 '장수상회'였을까. 무엇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물어봤다. 강 감독은 노년의 사랑 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을 통해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대중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절대 무겁게 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코미디 적인 대사나 상황 터치로 가볍게 스크린에 담았다.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이영화를 만들고자 결정했던 동기였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느낌, 존재감에 대한 감동, 이런 것들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과연 이런 이야기에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걱정스러워요. 그렇지만 이 영화가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랑, 인생, 가족에 대한 이런 부분이 '장수상회'를 통해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란 확인이 있었어요. 그것이 서로가 통하는 것이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노년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한 가족의 이야기, 누구나 한 번 쯤은 닥쳐올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가족이라는 카테고리로 두 노년의 로맨스가 아닌, 그런 부분을 확장시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내가 이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을 일으키기 위해서 본질은 가족의 사랑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부분이 자칫하면 칙칙하고 무거울 수 있으나, 이걸 무겁게 건드린다면 영화가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뜻하고 경쾌하게 그려내려고 인물을 사건과 상황에 가져가는 각색 방향에 집중했습니다."

'장수상회'는 박근형, 윤여정이 노년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성칠과 금님으로 분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년 배우 두 사람과 함께 작업한 강 감독은 "박근형, 윤여정 선생님 외에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캐스팅에 만족을 드러냈다. 촬영 과정은 어땠을까.

감독의 입장보다는 같이 영화를 만드는 친구의 입장과 시선으로 다가갔어요. 제가 궁금하거나,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이 생기면 편안하게 이야기했어요. '이렇게 해주세요'란 표현을 한 적은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고, 선생님들도 본인이 가져오고 있는 감정이나 느낌을 함께 저와 이야기하며 접점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비슷한 나이대에 훌륭한 연기자 분들이 많긴 하지만 성찰과 금님 역에 다른 배우 분들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두 분의 케미는 제가 생각했던 따뜻하고 유쾌한 재미를 만드는데 아주 적합했습니다."



'장수상회'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가요계 대세 엑소의 찬열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 강제규 감독은 찬열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찬열이를 캐스팅하기 전까지 엑소인 줄 몰랐어요. 인물을 담당하는 조연출이 후보군들을 많이 올렸고, 그 후보에 찬열이도 포함돼 있었던 거죠. 알고보니 조연출이 찬열이 팬이더라고요. 하하. 전 몰랐어요. 제가 생각한 키 크고 해맑은 미소를 가지고 있는 민성의 이미지에 찬열이 잘 어울려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조연출도 엑소가 워낙 바쁘니까 캐스팅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나리오가 가니까 바로 읽고 연락이 왔어요. 영화를 참 좋아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바로 답 주는 경우는 많이 없거든요."

흥행에 대해 묻자 강 감독은 "이런 영화를 흥행에 대한 부담을 안고 연출했다면 전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과는 달리 여러가지로 흥행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흥행을 시켜야겠다'와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라는 마음가짐은 한 끗 차이. 강 감독은 후자 쪽이다. 한국 영화 감독으로서 장르의 다양성 확장과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인 관객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는 계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로 볼 때 흥행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선택할 수 있었죠. 그렇지만 '장수상회'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족의 한 단면, 아픔이기도 한, 가족의 사랑,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생각은 있어요. 한국 영화 장르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이런 영화들이 어느 정도 위치를 만들어주면 앞으로 나올 다양성 영화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장수상회'의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강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들이 '장수상회'를 보고 따뜻한 울림을 가져갈 수 있길 바란다.

"요즘 가족이라는 부분을 보면 이혼도 많고 가족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나에게 있어 가족은 무엇일까', '사랑은 무엇일까', '사는게 뭘까' 이런 지점들은 누구나가 갈증을 느끼고 고민하죠. 그 부분에서 관객들도 '장수상회'를 보고 나면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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