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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이별에…한강으로 향하는 젊은 그들
취업난·빚독촉·실연의 아픔…벼랑끝 선택은 마포대교
작년 한강다리 투신 136명…고민해소·소통프로그램 절실
젊은이 10명중 7명 자살전 ‘생명의 전화’…삶에 대한 미련 못버려


#. 지난해 8월 자영업자 A(30) 씨는 친구들에게 “죽고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서울 마포대교를 찾았다. 사업에 부침을 겪으며 내린 극단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A 씨는 한강에 뛰어든지 10여분만에 경찰에 구조됐다. A 씨를 죽음의 문턱에서 건져낸 건 모순되게도 친구들에게 보낸 ‘죽고싶다’는 한마디였다. 그의 연락을 받은 친구들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던 직장인 B(31) 씨는 10여년간 사귄 여자친구의 갑작스런 이별선언에 마포대교에 올랐다. B 씨는 투신을 위해 다리 위에 올랐지만, 여자친구의 신고로 경찰에 구조됐다. 여자친구에게 건넸던 유서 한 장이 B 씨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취업난과 빚 독촉, 실연의 아픔 등으로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마포대교를 찾는 젊은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대부분 취업 등 경제적 문제나 대인관계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살기도에 앞서 지인이나 생명의 전화 등을 통해 자살을 예고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젊은이들에 대해 개인과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8일 한강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린 후 구조된 투신자는 총 136명이다. 이는 전년보다 11명 늘어난 숫자다.

특히 20세 이하의 경우 투신 후 구조된 건수가 8건에서 16건으로 2배 늘었다. 삶에 미련이 많은 젊은층의 상당수는 자살 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일이 많았다. 실제로 ‘SOS 생명의 전화’에 따르면 한강 교량 위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를 찾는 이들의 70% 이상은 10~3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10대는 가족과의 갈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일이 잦았고, 20대 초반은 대학 진학 후 생기는 진로 고민이나 동기들과의 관계 문제를 비롯해 이성문제 등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20대 후반으로 갈수록 취업과 관련된 문제가 압도적이었다. 실제 지난달 20일에는 취업준비생인 박모(23) 씨가 기업 4곳의 서류전형에서 모두 떨어진 뒤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 마포대교서 자살을 시도하다 구출되는 일도 있었다. 

“많이 힘들었구나”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영화처럼 근사한 사랑을 꿈꾸시나요?”마포대교 난간에 새겨진 위로 문구들이 자살방지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지친 시민들에게도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청년층의 자살률이 중ㆍ장년층에 비해 낮음에도 최근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불황, 취업난 등 이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회에 대한 분노가 청년들로 하여금 충동적인 행동을 하도록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김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곤궁을 헤처냐갈 능력이 부족한 가운데 사회마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지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면서 “어찌 보면 자살이라는 도구가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일종의 복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혜림ㆍ양영경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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