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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猫약] 진공청소기로 빗질하는 고양이 보셨나요?
[HOOC=정찬수 기자] 까칠한 사랑이는 빗질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에 비해 둔하지만 순한 소망이는 빗질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합니다. 관리 차원에서 본다면 어느 하나가 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성격별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맞벌이 부부에게 고양이 빗질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노동입니다. 날리는 털에 볼멘소리 하면서도 정작 털 관리도 못 해주니 집사로서 낙제점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식사를 하고 한적한 시간에 빗질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뒷정리를 위해 모두가 잠들 시간에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행위도 결국 민폐로 귀결되니 말이죠. 


<사진설명1> 둔하지만 순한 소망이는 빗질을 즐깁니다. 단 10분 내외로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인내력이 오래 가진 않기 때문이죠.

▶‘윤기’ 사랑이, ‘비듬’ 소망이=다행스럽게도 사랑이는 빗질을 싫어하지만, 진공청소기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반면 소망이는 진공청소기를 꺼내기만 해도 쏜살같이 욕실로 숨어버립니다. 청소기로 빗질이 가능한 사랑이가 더 깨끗한 이유입니다. 사랑이는 청소를 하면서 진공청소기에 솔을 장착해 빗질을 해주면 그만입니다. 아파트라는 공간적인 특성상 빗질을 해주는 것보다 진공청소기로 청소와 빗질,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랑이를 더 관리하게 되는 것이죠.

관리의 횟수에 따라 털의 윤기와 상태도 차이가 크게 납니다. 청소기로 샤워하는 암컷 사랑이보다 관리를 못 받는 수컷 소망이의 털이 더 뻣뻣하고 비듬도 많습니다. 털 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비듬을 볼 때면 반려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만 ‘무슨 일 있었나’하고 무심한 소망이를 보면 또 웃어 넘기게 됩니다. 겁이 많아 조금만 빗질을 하다가 조금만 아파도 울어버리는 데다, 먹는 것을 밝혀 뭔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에 더 꺼리게 됩니다.


<사진설명2> 기자가 구매한 단모종 빗과 실리콘 빗. 녀석들이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빗에도 세월의 흔적이….

▶냥이의 털옷이 반려인의 옷=고양이와 한 공간에서 지내는 반려인들의 고민은 같습니다. 털 날림이 지나쳐 검은 옷은 물론 거친 재질의 옷은 구매목록에 두지도 않죠. 소파와 침실 등 방 곳곳에 비치된 테이프는 반려인의 필수품입니다. 여기에 고급 공기청정기와 문을 닫을 때 잠그는 습관은 덤입니다. 고양이의 생활공간을 거실에 한정짓는 공통 의례인 셈입니다. 고양이들이 활보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사람의 옷이 아닌 털옷을 입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개보다 털이 자주, 그리고 많이 빠집니다. 심지어 얇고 가벼워 잘 날립니다. 추위가 풀리는 봄이 오면 황사, 미세먼지와 함께 털 폭풍이 함께 찾아옵니다. 집사들은 마음을 다잡고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되죠. 잦은 청소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모든 고양이는 주기적인 털갈이 시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끊임없이 자라고 빠집니다. 새 털이 자라면 죽은 털은 빠지는 일종의 순환 체계를 갖고 태어난 것이죠. 고양이를 탓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사진설명3> 사랑이는 빗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공청소기를 원하는 특이한 성향을 보입니다. 청소기는 빗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털날림도 없고 간편합니다. 청소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죠.

▶빗질에 밀당? 황당하지만 진짜=전문가들은 고양이 털 관리는 발톱 깎기, 목욕과 같이 습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고양이를 안은 상태에서 빗질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둔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잠들 때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조언합니다. 길들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상 편안한 심리상태를 유지하도록 가볍게 쓰다듬는 연습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고양이가 반려인을 편안한 존재로 인식하면 가까운 곳에서 잠들게 됩니다. 이 기회를 노려 빗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빗질의 순서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차례로 내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빗질을 거꾸로, 즉 털이 곤두서는 방향으로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이롭지 않습니다. 피부가 상할 수 있는 데다 새로 자란 털까지 뽑혀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고양이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여기고 피하게 하는 것이죠. 가볍고 부드럽게 그리고 천천히 쓰다듬듯 하는 빗질이 좋습니다. 빗질이 끝난 뒤엔 마른 천이나 약간 젖은 손으로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쓸어줍니다. 해외 고양이 전문 매체들에 의하면 이 마지막 과정이 건강하고 윤기 있는 털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사진설명4> 진공청소기로 사랑이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소망이의 모습. 겁이 많아 청소기를 꺼내기만 하면 욕조에 숨어서 나오지 않습니다.

▶빗도 잘 골라야…사랑이는 예외=고양이용 빗은 장모종(長毛種)과 단모종(短毛種)에 따라 다른 제품을 구매해야 합니다. 장모종은 빗이 길고 가늘며, 단모종은 짧고 날이 두껍습니다. 실리콘 소재로 된 짧은 빗은 일반적인 빗과는 달리 죽은 털을 골라내는 기능에 특화된 제품입니다. 고양이의 피부가 상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빗의 끄트머리에 원형의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제품도 있습니다. 기르는 고양이의 털 길이와 성격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많은 고양이들이 반려인이 선택하는 빗에 의존하지만, 사랑이는 여전히 진공청소기를 선호합니다. 청소를 하기 시작하면 바닥에 드러누워 반려인이 올 때까지 온갖 애교를 부리죠. 청소기로 빗질을 시작하면 몸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원하는 부위를 들이댑니다. 소망이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사랑이와 같다면 털 관리가 얼마나 쉬워질까요? 부럽다면 오늘부터 청소기와 친해지도록 유혹해보세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골치를 썩히던 털 날림이 한결 해소될 겁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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