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원장, 애로사항 청취 집중
지난해 11월 공식 취임 후 100여일 만에 금융권별로 사장단과의 간담회를 갖고 있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 및 증권사 사장단과의 회동에 이어 보험사 사장단과도 첫 회동을 가졌다.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금리 역마진 부담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인한 준비금 부담 가중 등 갈수록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보험업계에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묘책이 나올지 주목된다.특히 역대 금감원장들이 금융회사 CEO들과의 회동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책임경영,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기선제압을 위한 경고 메세지를 보냈던 것과 달리 진 원장은 주로 사장단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감독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2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진웅섭 금감원장과 생명보험사 사장단은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오찬간담회에는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을 비롯해 삼성생명 등 생보 ‘빅3사’와 미래에셋생명, 농협생명 대표들이 참석했다.
생보사 사장단은 진 원장과 가볍게 식사를 하면서 현재 생보업계에 직면한 3~4가지 과제에 대한 애로사항을 건넸다. 우선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 준비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 줄 것과 자산운용 규제 완화, 고령화 대비 노후 준비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건의했다. 특히 가격(보험료)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 원장은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당부보다는 애로사항을 주로 청취했다”며 “묵묵하고 세심한 스타일로 알려져 합리적인 감독정책을 펼쳐줄 것이란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진 원장은 하루 전인 24일 손해보험사 사장단과 가진 첫 회동에서도 자신의 발언을 자제한 채 업계의 애로사항을 주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손보사 사장단은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을 비롯해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 코리안리 대표 등이 참석했다. 또 업계내 사장단 회동 등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던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도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손보사 사장단 역시 자동차보험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가격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손보업계의 최대 취약분야다. 특히 정비수가, 임금 등 보험 원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과잉수리로 인한 물적 담보 손해율도 해마다 치솟은 탓에 자보사업은 지난 2000년부터 15년간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사장단은 자보 및 실손보험의 비급여수가 제도 개선 및 보험사기 법제화를 통한 처벌 강화 등에 대한 필요성을 건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금융권내 근본적이고, 시급한 현안은 무엇보다도 가격 규제 완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