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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유보금 증대 불구 투자-고용 확대 불투명…정부-기업 평행선
[헤럴드경제=이해준ㆍ배문숙 기자]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지난해에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기업소득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배당, 고용 확대, 임금 인상 등에 사용할 경우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기업 유보금이 투자나 고용 등을 통해 경제활동에 유입될 경우 유효수요 창출 및 내수 확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및 가계소득 증대세제의 경기활성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기대와 달리 기업들은 불투명한 기업경영, 특히 위기상황에 대비해 유보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금 인상에 대해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들은 독자적인 생존전략에 따라 유보금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와 기업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당분간 좁혀지기 힘들 것으로 보여 기업 유보금을 동원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부진과 원화절상-엔화가치 하락 등 악화된 경영여건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가운데서도 긴급상황시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유보금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10대그룹 계열사의 유보금은 40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504조원에 달했고, 자기자본에 대비한 유보금 비율인 사내유보율은 1300%를 넘었다. 수익을 투자나 고용 등에 지출하지 않은 것이다.

10대그룹의 유보금은 올해 정부 지출예산 376조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이중 일부만이라도 투자나 고용에 풀릴 경우 수요진작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주말 정부는 재정과 공공부문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가경기부양책을 만들었지만, 그 규모는 10조원에 불과했다. 기업이 적극 호응하지 않는 한 정부 정책만으론 경제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경제 규모가 커져서 민간부문, 특히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다”며 “지난해에도 정부가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재정을 투입했지만 기업이 따라오지 않아 성장 촉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압박에 대해 여전히 시큰둥한 모습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회계사)는 “정부가 기업에 사내 유보금으로 배당, 임금, 투자 등으로 돈을 풀라고 하지만 임금이나 투자는 힘들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투자는 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으며 임금도 한번 인상하면 내리기 어려워 기업들이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압박할 경우 배당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센터 소장)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정부가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복잡한 세제보다는 법인세를 올려 과도한 사내 유보금을 정부가 환수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일부 기업인조차 기업소득환류세제보다 법인세 인상을 원한다”며 정부가 정책목표를 정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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