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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제보육 리포트] “안정적 분리·적응기간 필수…사람에 대한 믿음을 배워요”
주옥순 보육교사

우연히 보게 된 시간제보육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아이 키우는 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주옥순 씨. 그런 그녀는 뜻밖의 기회로 시간제보육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보육교사가 된 것이다. 

시간제보육 주 이용자는 11개월~20개월 사이의 만0세 영아들이었다. 그것도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와 분리되어 본 적 없는, 낯가림과 분리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12개월 이후의 영아가 많다는 사실에 그녀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런 영아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시간제보육 취지에 걸맞게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호자와 안정적인 분리 및 충분한 적응기간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모의 급한 사정으로 적응기간 없이 맡겨진 영아는 분리불안 증세로 인해 두 번 이용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제보육은 필요할 때 수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엄마와 안정적인 분리를 할 수 있을까’다. 엄마와 분리되어 본 적 없는 영아들은 세상의 중심이 엄마고, 전부다.
 
하지만 엄마 이외에도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 엄마가 세상의 전부란 인식을 바꿔주어야 한다. 또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들 가운데 적응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적응기간 없이 엄마와 강제 분리된 경험이 영아에게 불안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 안내한 후, 엄마가 아닌 영아의 입장에서 적응프로그램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많은 어머니들이 흔쾌히 협조해 주었다. 분리불안이 심하고,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한 영아들의 대부분이 엄마와 단둘이 하루일과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주 씨는 이러한 영아들에게 시간제보육과 같은 제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엄마와의 안정적 분리를 연습하고 경험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제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적응에 있어 우선시 한 것은 가족환경이나 생활습관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후, 영아들이 보이는 반응에 따라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놀잇감에 관심을 보이는 영아에게는 놀이 상호작용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스킨십을 좋아하는 영아에게는 안아주고 몸 마사지를 해주며 친밀감이 형성되도록 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 등원 3~4일까지는 영아들이 엄마와 보육실을 오가며 자유놀이 활동을 하게 한 후 1단계 분리로, 엄마는 교실 구석진 곳에 있고 영아가 엄마 곁을 자유롭게 오가며 놀이 활동이 이뤄지도록 한다. 

엄마에게 가는 횟수가 거의 없어졌을 때, 엄마가 교실 밖으로 나가는 2단계 분리를 시도한다. 주 씨는 “부모와 인사한 후 내게 안기는 영아들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안정적인 분리에 주력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또 “안정적인 분리를 연습한 아이들의 행동 변화는 가정에서 먼저 나타나고, 아이 키우느라 힘든 시간을 보낸 엄마에게는 삶의 여유와 활력이라는 값진 선물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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