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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년기엔 배우자 사별후 심근경색ㆍ뇌졸중 위험 커진다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김모(65) 씨는 6개월 전, 남편이 췌장암 선고를 받고 한달 만에 사망하는 슬픔을 겪었다. 김 씨는 평소 재정문제와 집안일을 모두 남편에게 의지했기 때문에 남편을 잃은 상실감 외에도 앞으로 혼자 살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김 씨가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지만 가족들은 사별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반응으로 여기고 치료를 권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 증세가 더욱 심해지던 김 씨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노년기에 배우자와의 사별이 실제로 노인들의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런던 성 조지대학교의 샤와 캐리 연구팀이 지난해 예측되지 않은 갑작스런 배우자와의 사별과 노인의 사망률의 연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갑자기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들은 배우자를 사별하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사별 후 1년 내에 사망할 위험이 1.61배 높았다. 또 만성질환으로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들은 사별하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1.2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팀의 후속 연구에서도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사별 후 30일 내에 심근경색을 일으킬 위험이 2.14배,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은 2.4배 높았다. 또 사별 후 90일 내에는 심근경색을 제외한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2.2배, 폐색전증 위험은 2.37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해 배우자와의 사별이 노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심혈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망률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들은 2013년 ‘미국 공공보건저널’과 2014년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에 발표됐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한성우 교수는 “분노 표출이나 심각한 불안 증세는 심박수와 혈압을 증가시키고 혈관을 경직시키며 혈액의 응고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심장마비의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고인에 대한 말을 많이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한다. 사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정상적인 애도과정’을 겪게 하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정상적인 애도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울 때는 소리 내서 울 수 있도록 한다.

둘째로 믿을 만한 가족, 친구, 지인들로 구성된 지지 체계와 감정을 공유하도록 한다. 우울,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공유하며, 공통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자조모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셋째, 고인과 관련된 기념일과 기일에는 고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도록 한다. 고인에게 편지를 쓰거나 고인과 관계가 있던 사람을 만나 좋은 추억을 공감할 수도 있다.

넷째, 중요하고 복잡한 재정적, 행정적 문제에 대한 결정은 혼자서 급하게 하지 말고 지지 체계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새로운 환경과 대인관계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해야 하며, 새로운 대인 관계를 맺을 준비가 필요하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는 “사별 후 애도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노인들이 사별 후 초기에는 정상적인 애도반응을 보여도 사별로 인해 주요 우울증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의 위험증상

다음과 같은 위험환경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면 예방적 차원에서 병원 방문을 권고할 수 있다.

1. 주요 우울증의 과거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2. 고인에게 의존도가 심해 사별 후 혼자만 지내는 경우(고인이 유일한 사회적 연결고리인 경우에 해당)

3. 배우자가 자살하거나, 살해를 당했을 경우

4. 고통스러운 사별이 반복되는 경우(배우자 외의 가족,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들의 반복된 사별이 해당)

5. 가족,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 등의 사회적 지지 체계가 약하거나 없는 경우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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