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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우가 죽어도 끝까지 가겠다”…임종룡식 선전포고?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지난달 25일 서대문 농협중앙회 대강당엔 400여명이 넘는 농협 직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누가 강요해서 자리에 선 것도 아니었다. 한 결같이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과의 못내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서 한 둘 모이기 시작한 것이 400여명이 넘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난 2013년 3월 4일 당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의 이임식이 열렸던 세종청사. 총리실 직원들은 1분에 걸친 긴 박수로 임 장관으르 보내는 아쉬움을 전했고, 33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임 장관의 이임사 도중엔 눈물을 훌쩍이는 공무원들도 간혹 있었다. ‘공직자 임종룡’에서 ‘민간인 임종룡’으로 옷을 갈아 입었던 ‘인간 임종룡’의 모습은 2년여라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젠 금융개혁의 칼 자루를 쥐고, 108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라는 지뢰를 해체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임 위원장은 지난 16일 취임사에서 아프리카 들소 누우를 빗대 “많은 희생을 치르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에 떠나야만 한다”며 “국민들이 주신 소명이기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직원들에게 한 말이지만 시장에선 이를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다. 길목에서 사자와 악어들로 인해 많은 누우가 죽더라도 끝까지 금융개혁을 밀고 나가겠다는 ‘임종룡식 강조 어법’으로 생각한다. 실제 임 위원장은 이날 A4용지 13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개혁’ ‘혁신’ ‘변화’라는 단어를 14번이나 반복하기도 했다.

이제 금융시장은 임 위원장의 ‘실천법’에 주목하고 있다.

일견 기대감도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높고, 건너야 할 강은 무척 깊다”(농협금융 퇴임사에서)고 했던 1년 8개월의 농협 밥을 먹으면서 임 위원장이 갈채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사사건건 지시하려 하지 않고, 각 계열사의 역량을 충분히 살려줬기 때문이다.

한 농협금융 계열사 직원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달리 모든 일에 간섭하지 않고 자신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 각 계열사가 으싸으쌰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었다”고 회고하는 것처럼 임 위원장은 때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처럼, 때로는 징키스칸 처럼 강력한 추진력으로 ‘제갈공명이 와도 안 바뀔 것 같다’는 금융위를, 그리고 한국금융의 전체 틀을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인 임종룡’을 뒤로 하고 현장엔 여전히 불안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과거 여느 때처럼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또 다른 관치금융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닐까하나는 불안감이 금융 현장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의 말마따나 현장에 가서 직접 듣고 본 이후에 싸울 방책을 정한다는 ‘문견이정’(聞見而定) 사자성어 처럼, 코치가 아닌 심판자가 돼야 한다는 그의 어록이 실천으로 나와야 할 때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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