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2조6819억·당기순이익 1076억…환율 맞춘 제품가격 조정으로 고객에 어필
루블화 쇼크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러시아 법인 매출이 일제히 곤두박질 친 가운데, LG전자는 당초의 거센 우려를 이겨내고 현지 사업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러시아에서 대규모 생산ㆍ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3대 대기업 중 하나다.16일 LG전자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러시아법인(LGERA, 전자제품의 생산 및 판매 담당)은 지난해 약 2조6819억원의 매출과 약 10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약 3조317억원)은 11.5%, 당기순이익(약 1546억원)은 30.4%가량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루블화 쇼크의 여파로 TV부문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가 단 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남는 것이 없는 장사’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LG전자 러시아법인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 같은기간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공장(HMMR)은 매출 약 2조3842억원, 당기순이익 약 2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3.3% 줄었고 이익은 무려 89.2%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판매법인(HMCIS)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보다 각각 10.3%, 48.1% 줄어든 약 3조3539억원, 약 499억원에 불과했다.
생산 품목이 서로 다른 두 기업의 이익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현대자동차 러시아 생산ㆍ판매 법인이 단 1.3%가량의 당기순이익률(총 매출 5조7381억원, 총 당기순이익 723억원)을 기록할 때 LG전자 러시아법인의 당기순이익률은 약 4%로 현대자동차의 3배에 달했다.
또 다른 러시아 진출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현지법인(SERC)이 약 5조8096억원의 매출과 약 1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대비 연말 루블화 가치가 달러 대비 59% 이상 떨어진 것(1달러당 32.71루블→ 65.51루블)을 감안하면, 이들 국내 기업의 제품 판매가와 이익 자체가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환율에 맞춰 제품의 가격을 상향조정하는 동시에 마케팅 비용은 줄이면서도 고객의 마음을 누가 더 잘 사로잡았느냐가 현지법인 실적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LG전자는 주력 계열사와 해외법인의 실적 견인으로 지난해 5년 만에 최대실적 달성했다. LG전자의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조5563억원, 3013억원 이었지만, 계열사와 해외법인의 실적을 합친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9조408억원, 1조8286억원으로 전년보다 4%, 46%씩 증가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