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CEO 칼럼-차문현]패자의 게임과 글로벌 분산
탁구 경기를 보면 전진 속공의 공격형 스타일도 재밌지만 수비형 선수들의 경기도 흥미진진하다. 이들은 끈질기게 상대방의 스매싱을 받아치며 상대가 흔들리고 실수할 때까지 집요하게 공을 넘겨 낸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수비형 스타일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저런 공을 받아낼까’하며 신기하게 느껴진다. ‘강함이 유연함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미국의 투자대가인 찰스 엘리스 예일대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투자 라는 머니 게임은 최근 수 십년 동안 승자의 게임(Winner’s Game)에서 패자의 게임(Loser’s Game)으로 전개돼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승자의 게임은 승자의 우세한 공격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을 말한다. 반면 패자의 게임은 패자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승패가 갈라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게임인 셈이다.

수비형 탁구 선수들은 패자의 게임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 과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사이먼 라모는 테니스 경기를 통해 승자의 게임과 패자의 게임을 분석했다. 그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프로 선수는 점수를 따고, 아마추어 선수는 점수을 잃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프로들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시합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추어가 공격하는 사람은 상대편 선수가 아니라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어느 한 쪽이 이기는 것은 상대편 선수가 점수를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즉 실수를 적게 저지르는 쪽이 이기는 원리가 작동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대 금리 시대가 열렸다.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고금리 고성장 고물가 시대에는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투자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으며 어쩌다 오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패자의 게임에서 이기기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전 세계 여러 국가나 지역, 자산 등으로 나눠서 투자하는 ‘글로벌 분산’이 필요하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가입한 공모펀드는 총 219조원이다. 이중 국내 투자는 87% 수준인 190조원에 달한다. 반면 해외 투자는 29조원으로 13%에 불과하다.

해외 자산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패자 게임에서 이기는 데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해외 투자를 통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국내 투자만으로는 분산투자 효과의 한계가 있다. 국내 경제와 다른 특성이나 발전 단계에 있는 여러 국가나 지역으로 분산 투자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산투자는 패자의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방어 전략이다.

둘째, 국내에 없는 해외의 투자기회를 통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패자의 게임에서는 우선 실수를 줄이는 방어가 중요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적절한 공격도 이뤄질 수 있어야 패자의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이미 저금리 저성장 구조로 진입한 국내에서는 공격의 기회를 얻기 힘들다. 세계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선진국과 신흥국 등을 아우르며 적극적인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