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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옛애인의 車는 살인도구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서울에 사는 선모(31) 씨와 윤모(31·여) 씨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연인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어느날 윤씨에게 날라온 이별통보는 선씨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선씨는 여자친구를 설득해 보려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었습니다.


이에 화가 난 선씨는 급기야 여자친구를 납치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여자친구가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언제쯤 내린다는 걸 알고 있던 선씨는 범행 당일 렌트한 차를 가지고 거기서 기다립니다.

떄가 되자 버스에서 내린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윤씨에게 다가가 차에 타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타지 않겠다고 했지만, 억지로 팔을 끌어 차에 태우게 됩니다.

여자친구는 차에 타자마자 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선씨는 허튼 소리하면 진짜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선씨는 이내 차를 이끌어 올림픽대로로 내달렸고 이때부터 죽음의 질주가 시작됩니다.

선씨는 아슬아슬하게 차 사이를 비켜가며 고속주행 하기를 무려 1시간 50분.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윤씨에게 선씨는 “함께 죽자”며 겁을 줍니다.

윤씨가 선씨의 운전을 막아보려고 차 안에서 안간힘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집으로부터 58km나 떨어진 암사대교 쯤 왔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윤씨는 필사적으로 선씨가 잡고 있던 운전대를 꺾는데 성공했고, 차량은 교각을 들이받고 겨우 멈춰 섰습니다.

차는 절반 이상이 파손됐고 윤씨는 척추 손상을 입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16일 감금치상 협의로 기소된 선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지금 윤씨의 몸은 회복이 됐지만 차로 끌려가면서 받은 극도의 정신적 고통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 언제 선씨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도 좀처럼 벗어나기 힘듭니다.

얼마 전 경남 사천에선 이별을 통보한 초등학교 교사인 동거녀를 필로폰 중독자로 몰아가려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동거녀의 차에 필로폰을 숨겨 놓고 경찰에 신고하는가 하면 여성이 근무하는 학교에 필로폰이 든 상자를 배달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필로폰이 주입된 사과즙을 보내 여자가 병원치료까지 받게 했습니다.

이처럼 최근엔 이별통보가 강력 범죄의 원인이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별의 후유증이 무서운 만큼 첫 만남을 가질 때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동시에 경찰이 이별통보 후 피해를 방지하는 일에도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gil@heraldcorp.com

사연 없는 인생 없듯이 스토리 없는 범죄도 없습니다. 범죄의 조각들을 시간의 도면 위에 펼쳐 놓으면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로 옷을 갈아 입습니다. 하지만 범죄는 범죄일 뿐, 미화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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