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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하려면 통장 필요해’…구직자 속여 대포통장 모집 주의
[헤럴드경제=이지웅ㆍ양영경 기자] 지난 9일 직장인 A(23ㆍ여) 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재택 알바’를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손수건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일이었다. 급여는 주당 28만원. 부업으로 하기에는 괜찮은 조건이었다.

업체 측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회사 위치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통장 계좌번호와 직불카드, 비밀번호, 주민번호 앞자리 등을 달라고 요구했다. 급여를 입금하고, 제품 손상분에 대해 3만원 정도의 계약금을 걸어둔 다음 차감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A 씨는 퀵서비스를 통해 잔고없는 직불카드와 비밀번호를 보냈다. 며칠 뒤인 지난 11일, A 씨는 은행에서 자신의 통장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것을 알게 됐다. 대포통장으로 둔갑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업체는 존재하지 않았고, A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들은 대포통장 모집책이었다. 경찰은 모집책 2명을 검거하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A 씨 경우처럼 아르바이트 채용을 미끼로 통장이나 카드를 받아, 이를 대포통장으로 만드는 사례가 잇따라 구직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통장을 달라는 요구가 석연치 않다고 해도, 일자리가 아쉬운 구직자들이 이를 거절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 씨도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카드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경험이 있어서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 1월말 서울 도봉경찰서는 B(24) 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대학생 등 19명을 속여 이들 명의의 통장과 카드 25개를 건네받아 범죄에 이용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역시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이나 주부 등을 주로 노렸다.

이들은 “백화점 알바를 하려면 사원 ID카드가 필요하니 급여로 쓸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보내달라”거나, “지우개 포장 알바를 하는데 물건을 분실할 경우나 불량품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니 카드를 보내달라”고 속였다. A 씨가 들었던 핑계와 비슷한 내용이다.

경찰은 이같은 패턴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허위 모집 공고를 내 지원을 유도하거나 구인ㆍ구직 사이트에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전화를 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 다수”라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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