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좀 독특한 브랜드다. 4000~6000만원대에 달하는 차량 가격 기준으론 분명 럭셔리 브랜드인데, 여타 브랜드의 지향하는 바와 다르다. 볼륨면에서 많이 팔겠다는 목표 대신, 톡톡튀고 개성있는 소비자를 잡고자 노력한다. “다 똑같은 회장님 차는 싫다”는게 인피니티만의 브랜드 철학이다.
그런 인피니티가 예기치 않은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2777대를 팔아치우며, 전년(1116대) 대비 148.8% 성장했다. 비결은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볼륨 모델’인 ‘Q50’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이다. 상이란 상도 다 휩쓸었다.
올해는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모델인 ‘더 뉴 인피니티 Q70(이하 Q70)’이 전진한다. Q70은 예전에 M으로 불렸다. 2002년 1세대를 시작으로, 2005년 2세대, 2010년 3세대를 거쳐 Q70으로 거듭났다. 디자인은 얼핏 보면 Q50과 닮았다. 기본적으로 Q50의 디자인 DNA를 공유했다. 하지만 스케일이 더 커지고, 디테일이 달라졌다. 치타가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 고개를 숙였다 튀어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설명답게, 유려한 곡선 디자인이 돋보인다.
앞뒤 램프는 LED 램프로 단장했다. 날렵하게 빠진 곡선 디자인 덕에 차체가 커보이진 않지만, 차체 길이는 4980mm에 달한다. 아우디 A6나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경쟁모델이다.
Q70 3.7 가솔린 모델을 제주에서 시승해봤다. 제주 해안도로와 한라산 중턱을 경유하는 130km에 달하는 코스였다. 시승 당일 눈이 내렸고 거칠게 바람이 몰아쳤지만, 주행 성능은 돋보였다.
Q70의 엔진은 V6 3.7L 가솔린 엔진이다. 전 세대의 V6 3.5L를 개선한 엔진이다. 미국의 자동차 매체 ‘워즈’가 세계 10대 엔진으로 14년 연속 선정해 명성이 높다. 레드존이 7500rpm에서 시작되는 고회전형 엔진으로, 7500rpm에서 최고출력 333마력, 5200rpm에서 최대토크 37.0 kg.m를 뿜어낸다. 이 엔진에 자동 7단변속기를 탑재했고, 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Q70의 최대 강점은 가속력이었다. 차 중량이 1800kg에 달하지만 6.4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코너링 또한 돋보였다. 결빙으로 미끄러운 도로위를 시속 100Km 코너링 해도 무게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인피니티는 앞과 뒤의 무게 배분을 52:48로 잡는데, 이는 코너링 후 가속시 무게배분이 50:50이 되도록 맞추기 위한 설계다. 다소 물컹했던 서스펜션은 탄탄한 느낌으로 개선됐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제주에서도 정숙함은 돋보였다. 방음 및 방진재, 흡음 및 진동 흡수재를 곳곳에 더한 덕분이다.
다만 연비는 약점이다. 가솔린 3.7 모델의 경우 공식 복합연비는 8.8km/l였고, 약 130km 시승 후 연비는 8.0km/l이었다.
가격은 △뉴 Q70 3.7 스타일 5750만 원, 프리미엄 6155만 원, 익스클루시브 6940만 원 △뉴 Q70 3.7 AWD 6500만 원 △뉴 Q70 3.0d 6220만 원이다.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는 올해 인피니티 Q50과 Q70을 합친 판매량 목표를 3000대로 제시했다. 그중 Q70은 600대 정도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