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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14일 파이(π)데이를 아시나요’…수학에 울고 웃는 아이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오는 14일은 사탕을 주고 받는 ‘화이트데이’인 동시에 ‘파이(π)데이’다. 이날이 파이(π)데이 인 것은 파이(원주율:원의 둘레와 지름 간 길이의 비율)의 근삿값이 바로 3.14이기 때문. 파이데이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각종 행사가 진행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2000년대 들어 수학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파이(π)에 대한 정의만 봐도 벌써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온다면? 당신은 고교시절 ‘수학이 어려워서’ 문과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학의 날(3월 14일)을 앞둔 대치동 수학학원.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예나 지금이나 대학 입시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고 진로 선택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대입 수능은 ‘수학(修學ㆍstudy) 능력시험’이 아니라 ‘수학(數學ㆍmathematics) 능력시험’”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많은 것도 이를 보여준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14 사교육비 의식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에게 들어가는 영어 사교육 비용은 2조4804억원으로 수학(1조4682억원)을 크게 앞선다. 하지만 중학생부터는 수학(2조2484억원)이 영어(2조1349억원)를 역전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수학 사교육비(2조516억원)가 영어(1조5344억원)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고등학생의 경우 수학(27만7000원)에 영어(24만7000원)보다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교육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도 수학은 비껴간다. 2014년에 수학에 들어간 사교육비는 전년대비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어는 0.7% 증가에 그쳤고 국어가 6.2%가 감소했다.

11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직접 만나 본 학생들도 한 목소리로 수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배모(18) 양은 “대학갈 때 수학이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결정적이다”라며 “숙제하는 시간을 포함해하루에 5~6시간을 수학 공부에 쏟는다. 다른 과목보다 훨씬 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의 대다수는 이과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문과를 선택한다. 같은 고교 2학년 이모(17) 양은 “나는 수포자다. 수학은 배워도 배워도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면 까먹어서 포기했다”며 “그래서 이과를 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요즘은 문과로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힘들다는 이야길 꺼냈더니 이 양은 “그런 이야기 들으면 막막하다. 근데 수학적인 머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도저히 어쩔 수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초 경북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62.6%가 ‘수학이 내 인생의 진로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입시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정모(32) 씨는 “여전히 엄마들 머릿속엔 ‘수학이 갑’이라는 생각이 있다”면서 “수학이 아무리 쉬워진다고 해도 ‘수포자’들은 거의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어려운 과목일수록 표준점수가 높아서 똑같이 한 문제 틀려도 수학에서 틀리면 타격이 크다”면서 “문과생들 취업난으로 인해 고교 이과 쏠림 현상도 있었지만 여전히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10만명 정도 많다. 결국 수학이 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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