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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직시장에도 ‘을의 반란’…SNS 통한 단체행동에 놀란 기업들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학창시절부터 승무원을 꿈꿔온 대학생 A(23ㆍ여) 씨는 최근 외국계 항공사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에도 대형 항공사가 있지만 최근 기업 평판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내문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이트에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사업할 것, 손해 볼 게 뻔한데 오너 말이라면 한 마디도 못하는 수직적 문화가 제일 문제” “2세 관리가 시급함, 직원을 종 부리듯 하고 아무데서나 소리지르고 폭행하는 행위는 범죄행위” “박봉에 낮은 임금상승” 등 한 항공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게재돼 있었다.

A 씨는 “서비스직인데 인격모독을 받으며 일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가능하면 외국계 기업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항공사는 지난 해 ‘땅콩회항’으로 논란이 된 대한항공이다. 기업평판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대한항공에 대한 100여 개의 평가 중 상당 수는 ‘경영진의 권위의식’에 대한 내용이다. 사이트에 게재된 평가대로 회사는 지난 해 오너 일가의 권위주의로 인해 큰 망신을 당했다. 

[헤럴드경제DB]

최근 취업시장에 ‘을의 반란’이 거세다. 취업에 목말라 ‘을’의 위치에만 있던 구직자들이 각종 기업평판사이트에 현직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통해, 선택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

젊은 구직자들이 높은 연봉 뿐 아니라 ‘사내문화’ ‘삶과 일의 균형’ 등을 직장의 중요 요소로 생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기업 평가 기반 소셜 미디어 기업인 잡플래닛은 최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약 35만 여 기업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에서부터 경력직 이직 준비자까지 수백만 명이 이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직원들 입단속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의 경우 “기업문화가 폐쇄적이다” “수직적 조직” 등의 단점이 많이 게재돼 있으며, “경쟁사 대응만 할 게 아니라 시장의 니즈에 맞는 제품군을 출시했으면 좋겠다”는 다소 민감한 조언도 있다.

비교적 높은 총만족도 점수를 받은 ‘다음카카오’의 경우에도 “벤처 정신을 잃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평가는 실제로 구직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 사이트에 게재된 기업 평가 때문에 경력직 채용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며 게시글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IT 기업의 정보만 게재되는 기업평판사이트 ‘꿀위키’에는 연봉과 직급 등 내부정보까지 자세히 게재되고 있다. 실제로 구직자들이 해당 업체로 전화를 걸어 이에 대해 확인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기업은 평판사이트 업체에 직접 연락해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기도 한다.

한 중견급 교육업체 대표는 수시로 해당 기업에 전화를 걸어 민감한 평가 삭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소셜네트워크형식으로 참여자들이 직접 게재한 글인만큼 삭제는 쉽지 않다.

국내 한 유통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와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평가를 보고 실제로 내부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된다”면서도 “대기업의 경우 조직문화를 한 번에 바꾸는 게 쉽지 않아 관심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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