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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감자된 ‘이적성’…대법원 실형선고는 17% 불과
[헤럴드경제=최상현ㆍ강승연 기자]‘김기종의 범행은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인가, 단독 판단인가.’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이 문장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해 구속된 김기종(55) 씨를 수사 중인 검경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김 씨에게 국가보안법 혐의를 추가 적용키로 하면 결국 수사방향이 이같이 흘러갈 수밖에 없어서다.

경찰은 김 씨로부터 압수한 서적 10여점에서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 국가보안법 위반죄 적용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법원 이적성 기준 엄격…실형선고 17% 불과=김 씨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오면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대법원 이적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2001년, 2003년, 200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적표현물’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과 안정,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ㆍ공격적 표현인지 여부가 기준이 된다.

또 이적표현물 내의 ‘이적성’ 여부를 판단할 땐 소지 동기와 습득 과정, 표현물을 주되게 본 사람이나 소지자의 외부적 모습과 태도 등 제반사항을 종합해서 결정한다.

이는 국가보안법 7조 5항(이적표현물 소지), 1항(찬양ㆍ고무), 3항(이적단체 구성ㆍ가입) 적용 시 이적성의 판단기준이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국가보안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일반적인 판례에 비춰볼 때 법원은 이적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엄격하게 해석해왔다”고 말했다.

법원의 이 같은 성향은 선고 결과에도 영향을 줬다.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4년새 국가보안법 위반사범 중 대부분이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았다. 반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16.8%에 불과, 5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 검찰이 향후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적용할 것이란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용민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팀을 꾸렸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적용 안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또 “국가보안법 위반 혐위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 받더라도 기소해서 이슈화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 용이하게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말까지 검찰 내부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판례 보니…무죄 많아=최근 법원 판례에서도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가 무죄로 인정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명문대 대학원생 A(36) 씨는 북한원전 ‘21세기 찬가’와 북한 제작 동영상 100여개가 저장된 컴퓨터 본체를 후배에게 줬다가 국가보안법 7조 5항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이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A 씨가 후배에게 컴퓨터를 줬을 때 이적 목적ㆍ반포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후배가 컴퓨터를 받은 뒤 이 파일을 사용하지 않았고, 이적표현물을 주고받을 목적이 있었다면 외장하드 등 이동저장매체를 이용했을 것”이라며 A 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 군 영상장비 ‘카이샷’ 자료 등을 북한에 넘긴 혐의로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은 부동산개발업체 B 회장도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는 무죄로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B 회장이 김일성을 찬양하는 내용의 북한 발간물 ‘조선주체 102 6월호’ ‘금수강산 주체 102 7월호’ 등을 소지했다고 봤지만, 그가 이적단체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이적표현물 소지죄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당내 정세 보고 등을 한 혐의 등으로 올 1월 열린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통합진보당 선거관리위원장 출신 C(46) 씨의 사례다. C 씨는 북한에서 김일성 탄생 90돌을 기념해 발간한 북한작가 화보집 ‘태양숭배의 영원한 화폭’을 소지했다.

법원은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사실만으로 이적행위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선 안 된다”면서도 “피고인 경력과 지위, 이적표현물 관련 행위를 하게 된 경위,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이적단체의 실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유죄로 결론지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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