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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종, 문화ㆍ영화계에서 수백만원씩 후원 받아…왜?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55ㆍ구속ㆍ사진)씨가 문화 관련 정부단체로부터 수백만씩 후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 후원 금액을 합산하면 어림잡아 수천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생계가 어려워지고 다른 지원이 거의 끊기면서 후원금 모집에 더욱 열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10일 문화계와 출판업계 등에 따르면 김씨는 1990년대부터 전통예술과 민족문화 복원 운동가로서 이름을 알려왔다. 1995년 3월부터 만석중놀이보존회 대표를 맡아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만석중놀이는 개성지방의 전통 그림자 인형극을 말한다.

문화계 인사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한 인터뷰에서 “(김씨가) 당시 민족문화와 민중문화에 관심이 컸고 만석중놀이 복원에 열심이었던 문화 운동가였다”며 “왜 저 사람이 지금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유 전 청장을 찾아가 “사무실 임대료를 못 낸다”며 후원금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맥을 기반으로 김씨는 정부로부터 꾸준히 문화 관련 후원금을 받아왔다. 지난 1993년 당시 문화부와 서울특별시 후원으로 ‘애오개본대산놀이’의 복원작업을 했고, 1995년에도 문예진흥기금 후원으로 만석중놀이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2003년에는 정부 소속의 A문화예술지원 단체로부터 6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단체 관계자는 “전통문화예술 관련 사업의 일환으로 김씨의 우리마당에 600만원 지원한 기록은 확인할 수 있다”며 “하지만 5년 이상 지난 문서의 경우 통계 수치만 남겨두고 전부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사업보고서를 보관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화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 일부도 김씨에게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영진위는 B지역의 민속박술관 측과 김씨가 주관하는 만석중놀이 관련 학술회에 300만원을 지원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B 박물관 측에서 영화와 전통 그림자놀이를 접목한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하는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고 심의위원회를 거쳐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며 “그에 대한 학술지원 차원에서 후원금을 지원한 것으로 김씨와 따로 접촉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생계가 궁핍해진 최근까지도 김씨는 만석중놀이 저서 출판을 위해 C 문화재단과 출판업계 사람들을 만나 후원금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찾아가 관련 행사를 개최하니 후원금을 달라고 얘기했지만 뜻대로 지원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국회의원 비서관을 상대로 분신을 시도했을 당시 생긴 자신의 팔 상처를 보여주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문화계 한 인사는 “김씨가 뜻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고립되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 같다”며 “(이번 일로) 전통문화 복원에 힘쓰는 다른 분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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