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년만에 방문한 일본에서 아베 내각의 과거사 희석 시도에 일침을 놨다. 1박2일간의 일정 첫날인 9일 메르켈 총리는 아사히신문사 주최 강연회에서 “나치 학살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존경받을 수 있는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부끄러운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라며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이 세계 질서 속에 국제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과거사를 언급한 독일 총리는 그가 처음이다. 일본은 메르켈 총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순방한 마지막 국가였다.
그의 모처럼 만의 일본 방문은 중국과의 균형잡기로도 이해된다. 10년간 방일은 이번을 포함 단 세차례 뿐으로 인색했지만 중국은 7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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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는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조언을 감추지 않았다. 아베 신조 총리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선 “과거사 정리는 화해의 전제”라며 “독일은 과오를 정리했기에 유럽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일본의 적극적 사과와 반성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또 “이웃의 관용도 있었다”며 프랑스를 언급했다.
이는 한달전 나루히토(德仁) 일본 왕세자가 “일본은 전쟁의 비참함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하며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발언과 궤를 갖이한다.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오는 11일 4주년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해 “아직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뛰어난 기술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독일의 원자력 포기 결정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영향을 끼쳤음을 상기시켰다.
오는 8월15일 종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아베 총리가 발표할 담화문에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이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에서 과거 무라야마 담화를 희석시키는 발언을 할 것이란 게 종전의 관측이었다.
기타오카 신이치 일본 국제대학 총장은 영국 가디언에 9일 “전후 70년 담화는 고도의 정치적, 외교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때를 맞춰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표현을 계승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9일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고 중국과 한국이 걱정하고 있다”며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의 핵심 표현을 계승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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