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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 2제>“돈 없고 바빠서…” 편의점서 끼니 때우는 ‘편도족’ 급증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경기 불황에 나홀로 식사족 증가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른바 ‘편도족’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국민 간식’이 된 삼각김밥의 인기가 이제는 밥과 반찬을 갖춘 ‘한 끼 식사’ 대용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옮겨 온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매출이 이를 증명한다.

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2014년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은 지난 2008년 이후 40~50배 급증했다. 2008년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한국을 포함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해였다. 

경기 불황 등의 여파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혼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이른바 ‘편도족’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간단히 식사하는 모습.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지난 주말 둘러본 서울 시내 곳곳의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종각역 인근 편의점 업주 김범상(48) 씨는 “도시락이 점점 더 잘 팔린다. 회사원, 학원 다니는 학생들, 인근 아르바이트생들까지 바쁜 사람들이 주로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한다”고 했다.

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입한 김모(28ㆍ여) 씨는 “일주일에 2~3번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는다. 다른것보다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아서 일이 바빠 어디 들어가서 주문하는 시간도 아까울 때 주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매출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4%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30대가 25.8%, 40대 18.0%를 차지했고, 50대 이상 12.1%, 10대는 11.7%였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해인(22) 씨는 “도시락을 사 집에 가져가는 자취생들이 가장 많고, 중고등학생들도 학원가기 전 시간에 많이 사 먹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에서 만난 이모(32) 씨는 “업무 특성상 다른 직원들과 점심을 맞출 수가 없어 거의 혼자 먹어야 한다”며 “식당에 가서 혼자 먹기는 좀 민망해서 일주일에 2~3회 꼴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가 우리 삶의 여유 부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경제적 궁핍, 시간 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로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를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한 뒤 “이는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인데, 사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게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들 눈치보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있는 문화의 변화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도 “편의점 도시락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간편하고 저렴한 한 끼 식사가 인기를 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삶의 시간적ㆍ경제적 여유가 없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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