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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170조원 셀피 한장의 가치…셀카 찍는 빌리어네어들
스마트 기기로 찍어 와이파이 타고 즉시 전세계로…유명인사 이미지 온기 불어넣고 잠재적 소비자 양산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 기자]지난해 5월 한 장의 ‘셀피(selfie : 셀카의 영어표현)’가 서구의 언론매체들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한 일반인 젊은 여성이 노인 세명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 세명은 바로 빌 게이츠(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찰스 멍거(Charlie Munger)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었다. 게이츠의 재산이 800억 달러, 버핏이 727억 달러, 멍거가 15억 달러로 세명의 재산을 합하면 1540억 달러, 우리돈 170조원이 넘었다. 언론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셀피’라고 타이틀을 달았다. 사진은 SNS를 타고 전세계로 퍼졌다.

셀피의 시대다. “닐 암스트롱이 지금 달에 갔다면 성조기를 꼽기 전에 먼저 셀피를 찍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인이 사진 찍기에 열중하고 있다.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과 어디서나 사진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와이파이(Wi-Fi) 망이 보급되며서다. 사람들은 어디서건 셔터를 눌러대며 인생의 한 순간을 기록한다. 아무나 쉽게 찍을 수 없는 한 장의 셀피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팔리고 있는 우주여행 상품의 서비스 항목에도 ‘우주를 배경으로 셀피 찍기’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누가, 누구와 함께, 어디서 셀피를 찍느냐는 그 자체로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 ‘셀피 모델’로 유명인사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셀피를 자기 홍보의 수단 사용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많은 빌리어네어들 가운데에도 셀피를 자신의 활동과 기업 홍보로 우회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가 많다.

세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는 자신이 벌이고 있는 각종 자선 구호 활동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셀피를 올린다. 직접 사진을 촬영하지는 않지만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모델로 포즈를 취해준다. 그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튜브를 통해 인분을 처리해 식수를 공급하는 장치에서 나온 물을 직접 마시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그가 벌이고 있는 전지구적 구호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촉발한다.

멕시코의 재벌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텔멕스 회장도 셀카 앞에 잘 선다. 특히 자신의 회사들이 소유한 축구단의 팬들과 격의없는 사진을 많이 찍는다. 여러 국가 기간 산업을 ‘반독점’하고 있는 기업가의 이미지는 팬들과 뒤섞인 모습속에서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유명인사들끼리 함께 찍는 ‘단체 셀피’도 위력적이다. 서로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마트의 주최로 미국에서 열린 지속가능 컨퍼런스에서는 켈로그, 월마트, P&G, 유니레버 등 미국을 대표하는 7개 회사의 CEO가 함께 모여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미국인들은 깜짝 놀랐다. 이들 7개사의 매출을 합하면 1조달러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사진에 포함됐다는것만으로 이들이 속한 기업이 미국의 대표격임을 각인 시키는 기회가 됐다.

자연스럽게 찍은 한장의 셀피가 가져다 주는 효과는 의외로 크다. 수조원의 재산을 가진 중년의 부호가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호감을 갖는다. 셀피에 묻어나는 철학과 삶의 방식, 취향 등은 ’재산 OO억달러“로만 표현되던 빌리어네어의 이미지에 온기를 불어넣고, 무수한 잠재적 소비자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기호학자 폴린 에스캉드-고키에(Pauline Escande-Gauquidé)는 “셀피가 SNS를 통해 퍼지는 과정에서 유명인에게 일종의 개성이 형성돼 인기를 높이는 효과가 난다”고 설명한다.

기업가들에게 셀피 열풍은 지나칠 수 없는 사업아이템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셀피 산업은 이제 화장품ㆍ여행ㆍ드론ㆍ파일공유 등 다양하게 파생돼 확장되고 있다. 두바이의 한 신용카드사는 도난 카드의 위변조를 막을 수 있는 ‘셀피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카드표면에 주인과 가족의 얼굴을 입혀, 이들이 아니면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셀피를 많이 찍는 한국인들을 시장으로 두고 있지만 셀카를 이용한 부가가치 창출에는 뚜렷한 사업들이 보이지 않는다. 셀피를 즐겨찍는 일부 기업 오너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리가 머뭇거릴 때 세계의 경쟁자들은 앞서 달리고 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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