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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세계화와 건강불평등
오늘날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이 됐다. 사람들 간의 왕래는 물론 문화적 교류도 활발하다. 무역장벽이 점차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본 것처럼 한 나라의 문제가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세계화 예찬론자들은 세계화로 인해 모든 나라들이 이득을 본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득을 보는 나라도 있고 손해를 보는 나라도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나라보다 강한 산업은 살리고 약한 산업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세계화의 현실이다. 그 와중에 경쟁력이 강한 기업은 살아남고 약한 기업은 도태된다. 경쟁력이 강한 근로자들은 살아남고 약한 근로자들은 죽는다.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소득양극화가 생기는 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세계화의 필연적인 결과다. 세계화는 소득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국민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세계화의 건강효과에 대하여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기구의 시각도 서로 다르다.

일찍이 세계은행은 세계화가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화로 인해 경제가 통합되면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도 좋아진다”, “나라경제가 좋아지면 빈곤층의 소득도 덩달아 증가하고, 그 결과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영아사망률도 줄어든다”, “특허권이 보장되니 의약산업이 발달하고 신약도 개발된다”, “환자들이 좋은 약의 혜택을 받으니 건강수준이 높아지고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것이 세계은행의 논리다.

반면 국제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세계보건기구는 이와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세계화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해를 더 많이 끼친다는 것이다.

“인구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신종전염병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품교역이 늘어나면서 식품안전사고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담배수입이 늘어 흡연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경제력이 취약한 빈곤층은 사실상 신약과 필수의약품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근로자들은 스트레스가 점차 커지고 그로 인해 정신질환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의 시각이다.

1978년 세계보건기구가 알마아타에서 ‘모든 이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이라는 멋진 구호아래 ‘1차보건’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건강불평등은 더 심각해졌다.

세계보건보고서에 따르면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잘사는 동네와 못사는 동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과의 건강격차가 30년 전보다 더 벌어졌다. 사망률과 평균수명의 격차도 더 커졌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보건의 사회결정요인에 관한 위원회’는 3년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2008년 보고서에서 건강불평등 사례를 제시하면서 “사회부정의가 사람들을 대량으로 살육하고 있다”(Social injustice is killing people on a grand scale)는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마가렛 찬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도 “건강불평등은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라며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렇듯 세계보건기구가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제 와서 세계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세계화로 빚어진 건강불평등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국민건강은 경제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경제선진국의 지위를 누리려면 먼저 건강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평균수명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와있지만 건강불평등의 정도가 커서 건강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

선진한국을 지향한다면 건강불평등 문제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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