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의 ‘벤처빙하기’를 벗어나 벤처의 봄이 다시 오고 있다. 청년창업이란 여린 싹들도 돋기 시작했다. 청년창업의 질적 수준도 급상승했다. 3년 전 창업경진대회 수준은 빙하기의 영향으로 수준 미달이었다. 이제는 실리콘밸리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벤처들이 속속 등장한다.
창업을 가로막았던 창업자 연대보증과 공인인증서 등의 규제들도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 코스닥도 다시 시장지향적으로 변하며 체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적어도 벤처창업에 관한 한 창조경제는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다.
창업벤처와 대기업의 만남의 장인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전국에 만들어지고 있다. 드림엔터(Dream Enter)라고 명명된 서울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1년동안 7만6000명의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양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런던의 구글캠퍼스 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방의 혁신센터들은 대기업 주도로 설립되고 있으나 아직은 성과가 미지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하기 나름이다.
창업벤처의 혁신역량과 대기업의 시장효율을 결합하는 게 창조경제의 본질적인 목표다. 분명한 것은 대기업 단독으로는 국가혁신을 통한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벤처기업만으로 글로벌 경쟁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벤처창업을 통해 혁신을 해내고,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글로벌화하는 게 ‘성장과 고용의 병행발전’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2년 간의 창조경제정책의 각론은 모자란 점이 있으나 총론적으로는 충분한 의미를 드러냈다. 국가혁신의 대장정을 우리는 시작했고 부족하나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창조경제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대부분 총론보다는 각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이다. 봄은 방해 없이 오지 않는다.
봄꽃은 심술궂은 꽃샘추위를 이겨야 만개한다. 문제의 지적은 필요하나, 문제의 일부분이 돼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않은가. 된장을 담그다 보면 구더기도 생긴다. 구더기 때문에 된장을 담그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우리의 창조경제가 가는 길에도 숱한 시행상의 문제들이 있다. 그렇다고 창조경제 전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2000년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벤처기업특별법에 기반한 압축성장 전략으로 5년 만에 미국의 50년 성과를 따라잡았었다. 1만개가 넘는 벤처기업은 미국을 빼면 세계 최다였고, 미국 외 최초의 코스닥은 압도적 세계 2위를 이룩한 적 있다. 당시 이스라엘과 중국은 한국을 열렬히 벤치마킹했으나, 지금은 한국이 이들을 모방하는 처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제1차 벤처붐’을 만들어낸 경험도 있다. 10년의 벤처빙하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벤처는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350조의 매출을 올렸고, 세계일류상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제2의 벤처붐과 대기업과의 상생생태계 형성이라는 형태로 추진돼 꺼져가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되살릴 것이다.
아직 남은 과제들이 많다. 규제 패러다임으로 추진 중인 크라우드펀딩법을 진정한 투자자 보호의 관점으로 입법하는 것, 한국 경제의 빠진 연결고리인 M&A 활성화를 위한 혁신시장 구축, 기업가정신의 의무교육화, 혁신생태계 조성 등 할 일을 너무나 많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고 해본 경험도 있다.
대한한국이 개도국에 적용 가능한 세계적 벤처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비판적 참여를 통해 가능하다. 창조경제는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