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대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올 대졸 신규채용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그나마 채용계획을 수립한 곳 중에 작년 수준 이상을 뽑기로 한 기업은 10곳 가운데 2.4곳에 그쳤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초 500대기업중 종업원 수가 300명이 넘는 207개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64.7%인 134개사가 아직도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나머지는 ‘작년만큼 뽑겠다’는 기업이 37개(17.9%)였고 ‘작년보다 덜 뽑겠다’는곳은 14개사(6.8%), ‘한 명도 안 뽑겠다’는 곳은 10개사(4.8%)였다. ‘작년보다 더 뽑겠다’는 곳은 12개사(5.8%)에 불과했다.

사람을 더 뽑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국내외 업종경기 악화(26.4%)와 회사 내부상황 악화(23.6%)가 가장 많아 절반에 달했다. 정년연장에 따른 퇴직인원 감소로 정원 관리가 필요하는 응답(23.6%)과 통상임금 등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답(6.9%)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중복응답)으로 적정 정원관리(55.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국내외 업종경기 상황(19.4%), 인건비 총액(15.3%), 정부시책 호응(5.8%) 순이었다.

특히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62.8%가 근로자들이 실제 60세까지 근무하려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규모가 크게 성장하지 않는 한 퇴직인원이 줄지 않으면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정년이 안된 인력들이 제 발로 나갈 여지도 별로 없었다. 평균 퇴직연령이 53세인 상황에서 기업들의 12.6%는 지금보다 더 많은 명예퇴직금을 준다면 퇴직할 것 같다고 예상했고, 10.6%는 기존처럼 53세 즈음에 퇴직이 이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돈 들이지 않으면 인력을 줄이기 어려운 셈이다.

내년부터 정년이 늘어나는 장년 근로자들에 대해 기존 업무나 직책을 유지하도록 할 것(53.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전문분야에서 자문위원 등의 역할을수행하거나(21.3%) 후배들에게 보직을 넘기고 팀원으로 근무(10.6%), 또는 지원부서나 지점관리·마케팅 업무를 맡길 것(7.2%)이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취업문이 더욱 좁아졌지만 그나마 이공계는 상대적으로 문과생보다는 나은 편이다.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중 이공계 선발 비중은 평균 59.2%로 절반이 넘었다. 업종별 이공계 채용비율은 건설·에너지(74.3%), 공기업(73.3%), 제조업(66.7%) 등이 높았다. 문과생을 더많이 뽑겠다는 업종은 도소매업(77.5%), 운수업(66.7%) 뿐이었다.

특히 여자들의 취업문턱은 더 높았다. 신규채용 직원 중 여성 선발 비중은 평균 23.4%에 그쳤다. 여성 선발 비율이 높은 업종은 운수업(43.3%)과 정보서비스업(30.0%) 정도였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국내외 경기부진,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상승, 60세 정년 의무화 등의 영향으로 대졸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문과출신 여성들의 대기업 취업이 매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