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 아래 옷을 벗고 바닷물에 뛰어들어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어.”
푸치니의 3대 오페라 가운데 하나로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청춘들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노래한 ‘라보엠’ 대사의 한 토막이다. 월세가 밀리고 땔감도 구입하지 못하는 가난한 청년들이 꽁꽁 얼어붙는 옥탑방에서 나누는 대화로, 얼마나 춥고 배가 고팠던지 상상력조차 얼어버린 듯하다. 이 때 옥탑방으로 올라온 아리따운 처녀 미미를 향해 부르는 로돌프의 ‘그대의 찬 손’과, 미미의 답가 ‘나의 이름은 미미’는 청년들의 꿈과 사랑을 담은 명곡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에 추위가 몰아칠 때면 봄이 과연 올지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봄은 청춘의 사랑처럼 어김없이 찾아온다. 올해도 이미 성급한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달 기온이 평년보다 1도 정도 높은, 온화한 날씨 때문이다. 올해 개나리는 오는 15일, 진달래는 18일 제주도 남단을 시작으로 북상한다고 하니 조만간 산하가 활짝 깨어날 것이다. 꽃샘추위가 찾아오겠지만, 계절의 변화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봄은 어김없이 오건만, 서민경제의 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가계부채 증가니, 디플레이션이니, 세금폭탄이니, 우울한 소식뿐이다. 어쩌면 봄이 오더라도 겨울 같은 봄이 될지 모른다. 장기 저성장에 빠져들면서 봄 같지 않은 봄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화려한 봄에 대한 기대보다 춘래불사춘의 뉴 노멀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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