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이윤미 기자] 2015년 앙굴렘 국제 만화페스티벌 대상 수상작. 출간 이후 프랑스에서 17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로 아트 슈피켈만의 명작 ‘쥐’,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를 잇는 다큐멘터리 그래픽노블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자전적인 경험과 가족사를 진솔하게 전하는 이 책은 최근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IS(수니파 무장단체)의 탄생 배경과 혼돈의 아랍세계의 뿌리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출판 28면 하단/아랍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들

작가 리아드가 파리에서 시리아로 이주한 건 30년 전, 시리아는 하페즈의 초상화와 스티커로 도배가 된 철저한 독재국가였다. 지금 시리아는 아들 바샤르가 독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자 하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충돌로 시작된 것이 시리아 내전. 작가는 이 시리아 내전 중 시리아에 거주하는 집안 식구들을 프랑스로 이주시키면서 겪었던 힘든 과정이 책을 쓴 동기라고 말한다. 평범한 시리아인이자 수니파인 아버지가 갖는 시아파에 대한 감정, 어려서부터 유태인에 대한 악의를 품는 어린이들,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사회 분위기에 물든 사람들 등 아랍의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책은 프랑스에 유학온 리아드의 아버지 얘기에서 시작돼 박사학위를 받고 다시 리비아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된다. 금발 소년 리아드에게 카다피가 지배하는 중동에서의 생활은 금기와 검열, 날조, 부조리가 횡행하는 곳이지만 이런 모습들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카다피는 리아드에게 마치 유명한 락스타 같은 존재로 비쳐진다. 꼬마 리아드는 시리아 길거리에 도배된 하페즈 알아사드의 초상화를 보면서도 카다피의 외모와 비교한다. 리아드의 이런 아이다움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재미를 선사한다. 리아드는 아이다운 시선으로 자신을 둘러싼 주위에 그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나름대로 세계를 해석한다. 책은 아이의 시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적 인물은 리아드의 아버지다. 작가는 리비아와 시리아의 정치ㆍ사회적 상황을 아버지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근대와 완고한 전통 사이에 어정쩡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는 지식인이지만 위선적이기도 하다. 무슬림이지만 돼지고기를 먹고, 기도를 하지 않는다. 종교적 제약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아들에게는 코란을 외우게 한다. 반서구주의, 반자본주의자처럼 보이지만 벤츠와 고급별장을 동경하고 출세하려고 애쓰고 이성적인 척하지만 광적인 아랍지도자를 찬양하는 등 모순적인 모습이다.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우스꽝스럽고 신랄한 묘사로 경계에 서 있는 아랍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눈으로 복잡하게 얽힌 아랍세계를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그려나가면서 재치있는 입말을 더해 읽는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