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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둑] 여자바둑 10연승 돌풍 ‘17세 소녀기사’ 오유진 “남자선수와 타이틀 겨루고 싶어요“
[헤럴드경제=김성진기자] 대국에 몰두할 때나 대국 전후 사진에서 보여질 때는, 앳되지만 날카로운 눈매로 반상을 응시하는 모습이 여느 승부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여자바둑의 샛별’은 피말리는 승부를 어떻게 버텨낼까 의심스러울만큼 수줍음 많고 웃음많은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오유진 프로바둑기사.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잔잔하던 여자 바둑계에는 ‘17세 오유진 초단’ 돌풍이 거세다.

현재 1인자인 최정 5단을 비롯해 박지은 조혜연 김혜민 이민진 문도원 등 베테랑들도 있지만, 이들 사이에서 연초 가장 빛을 발하고 있는 기사는 단연 오유진이다.

오유진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 주까지 여자선수들과의 대결에서 공식대국 10연승을 기록중이었다. 여류명인전에서 행운의 출전기회를 잡은 뒤 4연승으로 도전권을 따냈고, 엠디엠 여자바둑리그에서 인제 하늘내린팀 주장으로 활약하며 6연승을 달렸다. 그 사이에 공식대국에 포함되진 않지만 ‘여자 농심배’로 불리는 황룡사쌍등배 대표 선발전에서도 박지은 김윤영을 꺾고 티켓을 따냈다. 20일 문도원3단(서귀포 칠십리)에게 패하면서 연승행진은 마감했지만 오유진의 기세는 대단했다. 

오유진 프로바둑기사.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98년생인 오유진은 만 16세 8개월로 현재 여자 바둑선수 중 최연소다.

하지만 오유진의 이력은 만만찮다. 아버지의 권유로 언니와 함께 바둑을 시작했던 오유진은 초등학교 3학년때 허장회 도장에 들어갔고, 만 14세1개월이던 2012년 입단했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과 연구생 시절 두각을 나타냈던 오유진의 입단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을 만큼 기재를 인정받고 있었다.

입단 직전 열렸던 세계청소년 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는 여자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출전 자격이 있는 대회는 다 나가자고 했던건데 운이 좋았어요”라고 오유진은 말한다.

지난 16일 한국기원 대국실에서 만난 오유진은 올들어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담담하게 답했다. “주장을 맡아서 부담과 책임감을 갖기는 했는데 이렇게 성적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오유진은 두텁게 판을 짜다가 기회를 잡으면 공격에 나서는 스타일의 기풍. 이세돌의 창의적인 바둑을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끝내기와 수읽기를 보완하는데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고.

어느덧 프로입단 4년째를 맞는 오유진에게 올해는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오유진 프로바둑기사.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처음 출범한 여자바둑리그에서 팀을 선두권으로 이끌고 있으며, 다음달에는 세계정상급이자, 국내 1인자인 최정과 명인전 타이틀을 놓고 겨룬다. 또 내달 열리는 한중일 단체전 황룡사쌍등배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오유진은 “요즘에는 대표팀에서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해요. 오전 10시에 나와 5시까지 기보도 많이 보고 선배 사범들로부터 많이 배우죠”고 말했다. 인천의 집에서 홍익동 한국기원까지 다니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바둑이 강해지는 것에만 신경쓰다보니 힘든줄은 모른다.

오유진은 여자 최강의 자리에 오르는 것과 함께 남자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지금 랭킹 100위 안에 최정 5단 밖에 없는데, 저는 물론이고 여자 선수들이 랭킹안에 더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어요”고 말한다. 오유진은 “남자에 비해 여자선수들이 집중력과 체력이 조금 뒤지지 않나 생각해요”며 “나도 대국중에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 것 같구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오유진은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요가를 하고 있다고. 

오유진 프로바둑기사.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본인 바둑의 장점을 말해달라고 했다. “두터운 걸 선호하는데, 어떤 분들이 (형세를 잘 유지하는) 균형감각이 좋다고 하시더라구요“라고 했다. 여간해서는 반발하지 않고 상대의 요구를 잘 받아주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유진은 바둑을 반년 가까이 그만 둔 적이 있다. 억지로 하는게 싫었다고. 바둑말고 관심있는게 있었느냐고 묻자 ”유치원 선생님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고 말했다.

오유진은 일단 올해 3마리 토끼를 쫓는다.

바둑리그, 명인전, 황룡사 쌍등배가 그것이다. 오유진은 “이중에 한두개 우승할 수 있다면 올해 목표는 이룬게 아닐까요? 앞으로는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지만…”이라며 안경너머로 눈빛을 반짝 거린다.

withyj2@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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