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2부는 12일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5일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법을 문제 삼으며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 박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며 함께 기소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 상무에게는 징역 8월을,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에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김모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항로변경죄 인정 여부였다. 항공기가 지상에서 17m만 이동했을 뿐이지만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은 항로변경에 해당한다며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처벌받는 항로변경죄는 실형 선고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에게 내려진 형량이 적절했는지, 과했는지 하는 판단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지상에서, 그것도 엔진 시동도 걸리지 않았고 차량에 의해 뒤로 이동하다 바로 돌아온 것을 항로변경이라 할 수 있는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적 지탄이 된 사건이라 재판부가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로 강압적이고 인권침해적이긴 했지만 조 전 부사장이 국적기인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 질을 선진화한 공도 무시할 수 없다. 유무죄와 형량을 놓고 상급심에서 다른 판결이 내려질 여지가 있는 이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재벌가의 전근대적인 경영행태를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오너 일가가회사나 직원을 자기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며 함부로 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은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라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매우 크고 그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근로자는 봉급을 위해 노동을 팔 뿐이지, 인격까지 파는 것은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은 재판부에 낸 반성문에서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화통한 상사가 되고 싶었다. 이제 타인에게 정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다. 동료 재소자들이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약자에 대한 배려를 배웠다는 것이다. 그의 뉘우침이 대기업을 이끄는 재벌가 3,4세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고백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