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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猫약] 까칠한 사랑이, 다 내 탓이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사랑이는 어렸을 때부터 부유하게 자랐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비싼 분유를 먹었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자 스크래쳐를 구입해줬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엔 작은 타워도 구매했죠. 이후 고가의 사료를 시작으로 습식ㆍ육포 간식 등 부족함 없이 제공했습니다. 초보집사 시절엔 뭐든지 풍족하게 해줘야 좋은 줄만 알았습니다. 적극적으로 구애할 수록 녀석의 사랑도 커질거라 기대했습니다.

오고 싶을 땐 오고 가고 싶을 땐 갑니다. 마냥 귀엽다고 모든 걸 허용해줬죠. 심지어 일하는 중에도 말이죠.

하지만 이런 과잉애정이 고양이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최근입니다. 이제 안 보이는 곳에서 소망이를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사랑이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 ‘잘못 키웠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소망이가 함께였다면 괜찮았을까요? 가족의 탄생이 그리 순탄하게 진행될리는 없습니다. 많은 집사들이 한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면, 또 한마리 늘어나고, 길고양이를 구출해 키우는 식으로 가족이 늘어나죠. 고양이끼리 어울리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사람의 접근 방식과 동물의 사회성 형성에 대한 차이가 큰 탓입니다.

스크래치를 시작한 뒤엔 작은 타워를 구매했습니다. 원룸에 거주하는 당시, 사랑이를 위한 공간을 이 곳이 전부였습니다.

고양이의 심리상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일찍 들었으면 키우는 방식이 달랐겠죠. 의존적인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능동적인 교감의 동물입니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집사들은 고양이가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해야 반려인과 더 친밀하게 지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어린 아이들이 많은 집에서 자란 고양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도 과한 애정표현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강아지처럼 다짜고짜 품에 안는 것이 아니라, 털끝 손끝부터 다가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멀리서 반려인을 보는 사랑이. 어린 고양이들에겐 관찰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합니다. 반려인에겐 인내심이 필요하죠.

사랑이는 기자에게만 다정하게 다가올 뿐, 여전히 소망이와 아내에게는 까칠하게 대응합니다. 주인이란 존재를 단 한 명에게만 허락한 셈이죠. 다른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외로움, 맞벌이 부부에 의해 충분히 놀 시간이 없었던 외로운 유년, 왠만한 잘못은 넘기는 반려인의 행동 등이 사랑의 자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됐습니다. 가끔은 ‘사랑’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느껴집니다.

세계적인 TNR단체인 ‘Alley Cat Allies’는 고양이가 스스로 자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생후 8주간의 시간을 줘야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시기엔 창고, 가구 뒤 등 고양이가 스스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자율행동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선 고양이의 공간을 침입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무작정 안는 것보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지인을 집에 초대해 고양이에게 반려인 외에도 다른 존재가 있다는 점도 상기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andy@heraldcorp.com

※TNR이란? 야생 고양이의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과정을 의미합니다.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방사(Return)의 앞글자를 따 TNR이라고 칭하는 세계 공통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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