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서울시내 20여곳 현장조사 7곳은 오후시간 문열어둔채 운영…외부인 침입·절도 등 무방비노출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D 민간 어린이집. 10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이 어린이집은 오후 한 시께부터 수 시간째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외부인인 기자가 열린 문으로 성큼성큼 어린이집 안에 들어가 강당 등을 서성일 때도 누구 한 명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를 발견한 아이들이 교사를 불러 “누군가 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정은 국공립어린이집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J 어린이집은 같은 날 오후 2시께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방치된 상태였다. 이 어린이집의 교사는 “지금은 아이들이 왔다갔다하는 시간이라 잠그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열린 현관문 안 쪽의 문은 자동문으로 버튼만 누르면 쉽게 열릴 수 있는 형태인만큼 외부인의 출입이 수월했다.
어린이집 안전이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최근에는 절도범이 문이 열린 어린이집과 학원을 골라 대낮에 금품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해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실제로 이날 헤럴드경제가 서울시내 20여 곳의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한 결과, 7곳 정도의 어린이집이 오후 시간대에 문을 열어둔 채로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일부는 현관에 특별한 잠금장치 없이 버튼만 누르면 누그라도 손쉽게 문을 열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어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어린이들이 하원하는 시간대인 오후 2~5시는 특히나 외부인의 침입이 쉬운 것으로 보였다.
어린이집의 구조는 대개 현관문, 신발장, 복도, 교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모두 교실에 있을 때는 현관문만 열려 있으면 누군가가 원장실로 직행해 금품을 훔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이런 상황은 비교적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알려진 강남의 국공립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ㆍ송파구의 어린이집 11곳 중 5곳은 현관문이 잠기지 않은 채 열려있었고, 자동문이거나, 손잡이만 당기면 그대로 열리는 구조였다.
일부 어린이집은 버튼만 누르면 자동문을 쉽게 열 수 있었고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들어가도 누구 한 명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왔다갔다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청소 시간이기 때문에” 문을 닫아놓는 게 번거롭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한 어린이집 중에는 상하원 시에도 인터폰을 통해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거나, 이중의 잠금 장치를 활용하는 곳도 있었던만큼 안전장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학부모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아 절도범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절도범이 아니라 유괴범이 들어갈 수도 있는 노릇아닌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하원하는 시간에 특히 보안이 취약하다”며 “출입문 통제 시스템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