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1]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이순신 장군이 임종을 맞아 남겼다는 이 유언에 대한 기록은 《승정원일기》 인조 9년 4월 5일 기사에 보인다.

1631년(인조 9년) 4월 5일, 인조는 경희궁 흥정당(興政堂)에서 이원익을 만났다. 이원익(李元翼, 1547~1634)은 일생 동안 임진왜란, 인조반정, 정묘호란 같은 조선 중기의 주요 사건을 모두 겪은, 나라와 운명을 함께 한 신하였다. 당시 84세의 노령이었던 이원익은 내시의 부축을 받고 들어온다. 이 자리에서 수령이 씀씀이를 절약하여 백성을 보호하도록 할 것과 임금이 큰 요체를 총괄하고 세세한 것은 신하에게 위임하여 성과를 거두도록 할 것을 건의한다. 이어 인조가 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과 큰일을 맡길 만한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이원익:고(故) 통제사(統制使) 이순신(李舜臣) 같은 사람은 얻기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이순신 같은 자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인조:왜란 당시에 인물이라고는 이순신 하나 밖에 없었다.

이원익:이순신의 아들 이예(李䓲)가 현재 충훈부 도사(忠勳府 都事)로 있는데 그도 얻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왜란 때에 이순신이 죽음에 임박하자 이예가 아버지를 안고서 흐느꼈는데, 이순신이 적과 대치하고 있으니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예는 일부러 그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전투를 독려하였습니다.

이원익은 전에 자신이 이순신을 천거했으나 체차되어 군대가 패하게 된 일을 두고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임금이 국가를 걱정하며 아무 일 않고 누워만 있어도 국가는 그 덕택에 편안해질 수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믿고 의지했던 신하 이원익, 그의 말이 기록으로 남아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밝혀주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