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라기보다 괴담(怪談)에 가깝다.
높은 임대료와 불경기, 유니클로 등과 같은 스파(spa) 브랜드의 득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유례없는 불황이 소문의 진원지로 풀이된다.
최근 동대문 도매시장 상인들 사이에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자매가 동반자살했다” , “빚 때문에 젊은 상인이 상가 안에서 목을 맸다” 등의 소문이 퍼지고 있다.
사진설명=9일 새벽 1시 동대문 도매시장의 한 거리 모습.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예전과 달리 한산함마저 느껴진다. |
10일 기자가 만난 상인들과 시장 관계자 등은 이에 대해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소문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일 정도로 널리 퍼져잇었다.
소문의 중심에 서있는 D도매시장의 운영팀 관계자는 “연쇄 자살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면서 “왜 그런 소문이 나는지 우리도 궁금하다. 주변 시장에서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을 관할하는 서울 중부경찰서 관계자들도 “도매시장 상인들의 연쇄 자살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경찰과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떠도는 이같은 흉흉한 소문의 발원지는 동대문 도매시장의 극심한 불경기가 아니겠냐는 것이 상인들의 애기다.
임대료는 여전히 비싼데 스파 브랜드나 대형 쇼핑몰 등에 밀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패션 1번지’ 라는 명성은 잃은지 오래다. 오히려 “외환위기 때가 더 나았다” 는 얘기마저 나온다.
인근의 다른 도매시장 관리팀소장은 “나도 소문을 알고 있다. 그게 진짜든 아니든 이곳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씁쓸해했다.
시장 인근에서 3년째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경기가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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