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개편하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각종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다 보니 내년부터 건보료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건보료 시한 폭탄’의 현실화다.
5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직장가입자는 월소득의 6.07%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 지난해 5.99%이던 것이 이미 1.35% 올랐다.
보험료율은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25%씩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당장 올해만 4대 중증질환 건보 적용과 중기보장성 계획 등으로 2조360억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한해 건보료 수입이 40조원 안팎인 상황에서 1% 가량의 보험료율을 올릴 경우 4000억원 가량의 신규 재원이 들어온다. 2조360억원이면 5% 가량의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 여기에 2016년에는 2조2050억원, 2017년에는 1조810억원, 2018년에는 5740억원 등의 신규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고스란히 건보 재정으로만 메꾸려면 2016년 6%가량, 2017년 3%, 2018년 1% 가량의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문제는 증세 없이 무상복지 혜택을 계속 늘리면서 건보 재정에 손을 벌리고 있어 보험료율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또 매년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 나가고 있어 건보 재정 지출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어 보험료율을 또 올려야 한다.
당연히 보험료율은 지난 2007년, 2008년 각각 6.5%씩 인상했을 때보다 더 오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직장가입자는 물론 지역가입자들로선 속수무책으로 건보료 폭탄을 맞아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보장률이 지난 2008년 이후 62% 안팎의 오차범위에서 머물러 있다며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넓혀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국민의료비에서 공공의료비 비중은 2012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2.3%에도 크게 못 미치는 54.5%에 불과하다. 이 부분도 계속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매년 3조2000억원 가량의 재원이 들어가는 요양병원이나 1조20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혈액투석 등의 의료 시스템을 정비해 재정이 허투루 쓰이는 건강보험료를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과연 얼만큼 재정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또 건강보험 재정이 아직은 건실하기 때문에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도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내년 8453억원 가량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되는 처지다. 또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5년 평균 8.4% 증가한 반면, 지출은 5년 평균 9.6% 증가해 수입보다 지출이 빠른 속도로 앞선다.
결국 재정 적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 외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적정 보험료율을 결정하되 국민 부담이 크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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