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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디아 고의 C·S·I, ‘소리없이 강하게’ 세계 골프무대 정복한 비결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열일곱살 소녀가 세계 최고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연달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100만달러 잭팟’까지 터뜨렸다. 열여덟살이 된 이듬해엔 개막전 직후 곧바로 세계랭킹 1위가 됐다. 폭발적인 장타? 송곳같은 아이언샷? 컴퓨터 퍼팅? 그의 경쟁무기라고 설명할 만한 것들은 딱히 없다. 그냥 그렇게, 또박또박 조용히 성적을 쌓아 올리더니 어느새 세계 1위를 꿰찼다. ‘천재소녀’ 리디아 고(18·뉴질랜드). 지난 1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5 시즌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뒤 박인비(27)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남녀 통틀어 역대 최연소 세계 1위다. 국내팬들은 물론 해외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이렇다 할 강한 임팩트도 없이 세계 정상에 오른 리디아 고. 비결은 뭘까?

▶일관성·심플한 스윙·얼음 멘탈=리디아 고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일관성’(Consistency)이다. 모든 골퍼들의 꿈이자 지향점이기도 하다.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리디아 고는 장타자가 아니다. 아이언샷이 아주 날카로운 것도, 퍼팅 실력이 깜짝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투어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모든 게 다 안정돼 있다. 정상급 선수들도 드라이버샷이 왔다갔다 하는데 리디아 고는 그런 게 없다. 일관성이 가장 큰 경쟁 무기다”고 평했다. 2013년 말 프로 전향 후 리디아 고의 스윙코치를 맡고 있는 유명 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리디아 고의 일관성을 봤을 때 이렇게 빨리 세계 1위에 오른 게 놀랍지도 않다”고 했다.

일관성을 가능케 하는 힘은 심플한(Simple) 스윙이다. 리디아 고 후원사인 캘러웨이의 이태희 투어 마케팅팀장은 “스윙은 심플할수록 좋은데, 리디아 고는 스윙할 때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다. 특히 하체 움직임이 작고 다운스윙 각도가 완만해 정확도가 매우 높다”며 “정확한 대신 비거리는 나지 않는 편인데(2014년 평균 249.5야드·86위), 이는 페어웨이 우드(3번, 5번)와 하이브리드(20도·23도·25도)를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갖고 다니며 효과적으로 커버한다”고 했다.

또 다른 강점은 ‘아이스 쿨’(Ice cool)로 불리는 ‘얼음 멘털’이다. 지난시즌 최종전 CME 투어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는 카를로타 시간다, 울리에타 그라나다와 피말리는 연장전까지 가서도 하품을 하거나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여 경쟁자들을 질리게 했다. 임경빈 위원은 “느긋한 자세는 미국 골프 관계자들을 감탄케 한다. 위기가 와도 동요없는 태도와 정신력이 리디아 고의 경기력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사진=캘러웨이

▶리디아 고의 연습 방법 3가지=이미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리드베터와 션 호건 코치는 리디아 고의 샷메이킹 능력을 한 차원 더 높게 만들려고 한다. 호건 코치는 “한마디로 리디아가 볼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선수가 되게 하겠다”고 했다. 호건 코치는 미국 골프위크를 통해 주말골퍼들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는 리디아 고의 연습 방법을 몇가지 공개했다. 우선 워밍업 때는 클럽 대신 두 손만 사용한다. 팔을 늘어뜨린 채 왼손이 아래로 가게 한 뒤 양 손등을 서로 맞댄다. 그리고 빈 스윙을 해본다. 이 스윙만으로 상체의 올바른 꼬임과 회전, 릴리스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리디아 고의 강점인 ‘일관성’을 키우는 연습 방법도 있다. 하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클럽이나 연습용 샤프트 하나를 땅에 고정시킨 뒤 오른쪽 허벅지에 비스듬히 세운다. 이 상태로 스윙 연습을 하면 체중이 오른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스웨이를 막아준다.

마지막은 올시즌 눈에 띄게 좋아진 퍼팅이다. 개막전 우승자 최나연은 “박인비와 리디아의 퍼팅을 보고 따라했다”고할 정도다. 지난시즌 말 무게감이 있는 오디세이 ‘탱크 크루저 330’ 말렛 퍼터로 교체한 리디아 고는 개막전서 ‘컴퓨터퍼팅’ 박인비보다 11개나 적은 퍼트수를 기록했다. 리디아 고는 백스윙 크기를 줄이는 연습으로 퍼트 실력을 향상시켰다. 백스윙을 너무 많이 빼는 바람에 퍼팅이 흔들렸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습 땐 볼 뒤 쪽에 티를 하나 꼽고 백스윙이 길게 나가지 않도록 한다. 대신 임팩트 존에서 헤드 속도를 올려주면 스트로크가 좋아지고 볼도 더 똑바로 간다. 이 연습 덕분에 최근 박인비에게 “리디아는 LPGA에서 가장 똑바로 공을 날리고, 가장 똑바로 공을 굴리는 선수”라는 칭찬을 들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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