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정부가 28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려던 논의를 중단키로 결정했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오후 급하게 기자들을 만나 이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건보료 부과체계는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려는 합리적이고, 형평성을 갖춘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런데 급작스레 미뤄졌습니다. 그리고 언제 이 시스템을 도입할지 요원하다고 합니다.
정부의 연기 사유는 궁색하기만 합니다, 일단 피상적으로는 일부 고소득자 직장인과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있으면서 고소득을 올리는 가입자들의 반발 때문입니다. 연말정산과 함께 담뱃세 인상으로 악화된 여론이 무척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건강보험은 현재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토대로 매겨지고, 직장인은 소득만을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이 때문에 지역가입자간 부과기준이 다르고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정부는 2013년부터 건강보험 학계, 연구기관 등 전문가들로 ‘건강보험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꾸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송파 세모녀 사건으로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에 대한 과도한 건보료 부과가 논란이 되면서 개편안 마련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실제 최근까지 기획단에서 논의된 건보료 개편 방향대로 부과체계가 바뀌게되면 보수 외에 2000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3000세대(2011년 기준)는 월 평균 19만5000원의 건보료가 오르게 됩니다.
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않던 사람 중에도 2000만원 이상의 총소득이 있는 사람 19만3000여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평균 13만원의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합니다.
반대로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체계가 도입되면 지역가입자의 80%는 건보료가 인하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건보료가 오르거나 내지 않던 건보료를 내야 하는 이 45만세대 가량의 불만이 더 신경이 쓰인다는 것입니다.
문 장관도 “(건보 부과체계가 개편되면)어느 계층에선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혜택을 보는 상당수보다 아닌 쪽의 아우성이 분명 더 크게 들릴 것이란 점이 두려워 정부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고생하고 비용들여 추진하던 정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외곡된 현상을 바로잡겠다던 호기는 결국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해 정책을 만드는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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