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내년 시행 예정이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이 무기한 연기됐다.
‘연말정산’ 파동으로 인해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오후 급히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 기자실을 방문, 기자들에게 “건보료 부과체계 기획단 회의에서 2011년 자료로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정책으로 결정지으려면 좀더 자세한, 좀 더 폭넓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행시기)연기를 해나가면서 신중한 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올해 안으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고, 보완한 뒤 내년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건보료를 부과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렇게 될 경우 직장가입자는 물론 지역가입자 등의 건강보험료가 일부 계층에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연말정산 파동으로 악화된 여론이 더 심각한 수준으로 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청와대는 물론 정부 안팎에서 흘러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건보료 부과체계는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직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에 있어 형평성 있는 부과 시스템은 아니다. 소득이 높아도 건보료를 내지 않거나 적게 내는 경우가 있고, 소득이 없어도 건보료를 매달 몇 만원씩 내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김종대 전(前)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퇴임전 1254만원씩 월급을 받았고, 당시 37만1710원씩 건보료를 냈지만, 퇴임 후에는 0원의 건보료를 냈다.
이유는 피부양자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전 이사장이 일반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재산과 소득 기준에 따라 월 18만9000원 정도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에 반해 작년 초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의 경우 매월 수입이 적었지만, 매달 5만140원의 건보료를 내야 했다.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혁하기 위해 기획단까지 만들며 수년에 걸쳐 정책의 큰 틀을 만들어 왔다.
이후 오는 29일 그동안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안에 대한 큰 틀을 발표한 뒤 내년 께 이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말정산 파동으로 인해 국민 여론이 나뻐지면서 건보료 부과체계까지 터져 나올 경우 여론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빠진다는 위기의식으로 인해 이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장관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에서 논의된 자료가 2011년 자료이기 때문에 (최신 자료로) 자세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분명히 설득시키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리가 필요하고 설득할 시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장관은 건보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 작업의 중단에 따라 상당수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인하 역시 연기되는 데 대해서는 “올해 안에라도 별도로 개선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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