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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프랑스 1위부자 베탕쿠르가 말년에 잃은 3가지는?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이혜원 인턴기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에 빠지지 않는 세 가지가 있다. ‘가족ㆍ건강ㆍ돈’. 이 셋을 모두 가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하나만 가져도 행복한 인생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세가지를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 잃은 슈퍼리치가 있다. 릴리안 베탕쿠르(Liliane Bettencourtㆍ92) 로레알 상속녀가 비운의 주인공이다. 자산 기준으로 프랑스 1위이자 세계 12위, 여성 부호로는 세계 3위인 베탕쿠르는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았다. 현재 그녀의 자산은 395억달러(약 42조6100억원). 재산 대부분은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 로레알 창립자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릴리안 베탕쿠르 로레알 상속녀.

하지만 그녀의 말년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가족ㆍ건강ㆍ돈을 잃었기 때문이다. 건강이 발단이었다. 90세가 넘은 그의건강은 십수년 전부터 악화돼왔다. 치매까지 발병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도 상실했다.

지인들은 이 점을 이용했다. 건강이 악화된 이후부터 베탕쿠르를 속여 거액의 재산을 빼돌린 것이다. 대표 인물이 사진작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François-Marie Banier)다. 1987년 베탕쿠르의 잡지 사진을 찍은 계기로 둘은 인연을 이어갔다. 바니에의 후원자이기도 한 베탕쿠르가 그에게 증여한 재산의 추정치는 400만유로(약 49억원)를 넘는다. 생명보험 두 건이 5억1500만유로(약 6314억원)에 이른다. 이 보험은 베탕쿠르가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한 2003년부터 2006년 사이에 계약된 것이다.

릴리안 베탕쿠르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 (출처=유럽1)

베탕쿠르의 치매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이는 바니에를 포함해 재산 관리 회계사, 기업인, 변호사 등 총 10명이다. 치매가 악화될 무렵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이들이 횡령한 돈은 밝혀진 것만 최소 7억6590만유로(약9400억원)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법원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재산 사취 지인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프랑스 제일거부를 둘러싼 스캔들은 틀어진 모녀관계도 화근이었다. 베탕쿠르와 그의 외동딸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Françoise Bettencourt-Meyers)는 법정 싸움 중이다. 베탕쿠르가 바니에에게 로레알 지분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상속할 것이라 밝히자, 2007년 프랑수아즈는 “어머니가 정신질환자이며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유언 철회를 주장했다.

릴리안 베탕쿠르와 그의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프랑수아즈가 ‘정신박약악용죄(abus de faiblesse)’로 바니에를 고발하면서 베탕쿠르 재산에 전면적 재정 조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지인들의 횡령, 베탕쿠르의 불법 정치자금 후원 등이 밝혀지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서로 정신질환자라 비난하는 두 모녀는 화해와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수십조원의 자산을 가졌어도 피할 수 없던 치매의 늪, 그에 따른 지인들의 재산 횡령, 딸과의 법정 싸움까지. 말년에 건강ㆍ돈ㆍ 가족을 잃은 베탕쿠르의 노년은 프랑스 최고 부자에 걸맞지 않게 초라해 보인다.

souriran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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